'이재명 사당화' 다시 불붙나…김두관 득표율은 비명계 바로미터

4·10 총선 이후 수면 아래 있던 '이재명 사당화' 논란이 재점화됐다. '1%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일극체제로 굳혀지는 당의 실태에 목소리를 내면서다. 당내에선 김 후보 발언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면서, 당내 갈등으로 비화될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명 사당화' 논란은 지난 4·10 총선을 기점으로 당내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소위 '비명횡사·친명횡재' 논란으로 인해 친명계 인사가 당내 주류 세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정계를 떠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나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한 우상호 전 의원 이외에는 쓴소리를 내는 인사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실상 '이재명 체제'가 견고해진 민주당 내에서 이 후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쉽게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김 후보만이 반명(반이재명)을 자처하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당대표 출마 선언에서 "단 1%의 반대 목소리도 전당대회를 통해 대변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책무"라고 밝힌 만큼, 김 후보는 현재 민주당의 실정을 알리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김 후보가 특히 문제로 삼는 것은 '제왕적 당대표·1인 정당화' 논란이다. 이들 모두 당 안팎으로 친명계가 주류가 된 이재명 체제를 비판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위 '멸칭'인 만큼, 친명계에선 분열을 조장하는 단어라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비주류 인사들 입장에선 '사당화' 논란은 오는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 이탈을 가속시킬 리스크인 만큼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비주류 인사들이 현재 당내 상황에 입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김 후보가 이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그는 당대표 출마 선언에서 이 후보를 직격한 이후부터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0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을 당시에는 '더불어민주당의 민주를 지켜내겠습니다'라는 방명록을 남겼고, 다음날(11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선 "최고위원 후보가 5인 5색이 아니라 5인 1색이 될 것 같고, 다양성이 실종된 당의 현주소를 국민이 많이 불편해한다"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또대명' 기류가 뚜렷하지만, 최근 당 밖의 국민 전체 민심을 살펴보면 김 후보가 불을 지핀 '이재명 사당화' 지적을 단순 논란으로만 치부할 수만은 없는 형국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이 후보의 당대표직 연임에 대한 반대 응답은 51%, 찬성 응답은 35%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자로만 한정해도 이 후보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22%에 달했다.

정치권은 그 배경에 '이재명 사당화' 논란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른바 '비명횡사·친명횡재' 표현까지 나왔던 4·10 총선 이후 당내에서는 친명계 의원들이 당내 주류로 자리 잡았지만, 이견을 냈던 다른 친노·친문계 의원들은 대거 숙청되거나 비주류로 전락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22대 국회 들어 친명계가 추진하는 검사 탄핵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도 이 후보 방탄 프레임에 갇혀 좀처럼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민주당 상황에 중도층의 기대감이 낮아졌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체제에서 얻은 '일극 체제', '사당화', '제왕적'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오는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후보 대항마로 나선 김 후보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얼마만큼의 지지율을 확보할지는 적지 않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적자(嫡子)'를 자처한 김 후보가 이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며 당내 숨은 '반명' 세력을 결집하고 있는 만큼, 그의 득표율은 이재명 독주체제에 대한 당심의 바로미터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김 후보의 지지율은 예상 외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 대표 선거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44.9%, 김 후보는 37.8%로 11일 집계됐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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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