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순국 103년만에 부인 최 엘레나 여사와 합장

유골없는 순국선열 위패, 배우자 유골과 합장할 수 있도록 국립묘지법 개정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이 순국 100여년 만에 아내 최 엘레나 페트로브나 여사와 조국의 품에서 해후한다.


국가보훈부는 70여 년간 키르기스스탄 공동 묘지에 묻혀 있던 부인 최 엘레나 여사의 유해를 국내로 봉환해 본래 최재형 선생의 묘가 있던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108번 자리에 합장한다고 1일 밝혔다.



최재형 선생의 묘는 1970년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108번에 조성됐으나 이른바 ‘가짜 유족 사건’으로 멸실돼 현재까지도 해당 묘역은 빈터로 남아 있다.


이후 유족들은 멸실된 묘의 복원을 지속적으로 희망해왔으나 최재형 선생이 1920년 4월 일본군에 의해 순국한 이후 현재까지 유해를 찾을 수 없어 유골이나 시신을 안장하도록 규정한 국립묘지법에 따라 묘를 복원할 수 없었다.


이에 보훈부는 유골이나 시신이 없는 순국선열의 위패와 배우자의 유골을 함께 묘에 합장할 수 있도록 지난 1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6월 30일 국회를 통과해 지난달 1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같은 달 18일 시행됐다.


이로써 이역만리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순국해 유해를 찾지 못한 최재형 선생을 부인 최 엘레나 여사와 함께 국립묘지에 합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 인공지능으로 복원된 최재형 선생(왼쪽)과 부인 최 엘레나 여사의 옛 사진. (사진=국가보훈부)

9세 때 부모를 따라 시베리아 연해주로 이주한 최재형 선생은 사업가로 자수성가해 축적한 부를 조국독립과 수십만 명의 시베리아 이주 동포들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일전쟁 이후 국외 항일조직인 동의회를 조직하고 총재가 돼 항일의병투쟁을 전개했으며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또한 대동공보를 인수해 재창간하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기사를 게재했으며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재무총장으로 선출되는 등 활발한 독립운동과 한인사회에 대한 기여로 ‘시베리아 동포의 대은인’으로 추앙받았다.


아들 최 발렌틴과 딸 최 올가의 회고에 따르면, 부인 최 엘레나 여사는 1897년쯤 최재형 선생과 결혼한 이후 8명의 자녀를 낳고 선생의 독립운동을 내조했으며 안중근 의사 순국 이후 남은 가족들을 보살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남편인 최재형 선생의 순국 이후에는 자녀들과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다 1952년 사망했고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보훈부는 최재형기념사업회와 함께 키르기스스탄 현지에서 유해 수습 등 준비 절차에 들어가 오는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최 엘레나 여사의 유해를 국내로 모실 예정이다.


최재형 선생이 순국한 장소로 추정되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최재형 선생 기념관(구 최재형 선생 고택) 뒤편 언덕에서 채취한 흙도 오는 11일 국내로 반입해 부부를 최고의 예우로 국립묘지에 안장한다.


보훈부는 제78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오는 14일 ‘100년 만의 해후, 꿈에 그리던 조국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부부 합장식을 거행한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유해마저 찾을 수 없었던 순국선열을 단 한 분도 소홀함 없이 예우하는 일류보훈을 실현하는 첫걸음으로 생각하고 앞으로도 순국선열을 예우하는데 모든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