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일 오염수 방류, 대안 검토” 요청…IAEA “안전하다” 거절

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회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만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연기와 대안 검토를 위한 공동 행동을 요청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일본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사실상 거절했다.


▲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그로시 총장은 국회에서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의 면담을 통해 “IAEA는 오염수 방류가 국제적인 안전기준에 부합하는지 그 절차와 기능 등 모든 면을 계속 검토하기 위해서 수년, 수십년 동안 계속해서 (후쿠시마 현지에) 상주할 예정”이라며 “IAEA 지역사무소를 후쿠시마에 개설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로시 총장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행 계획을 어떻게 잘 실천할지에 대한 여러분의 우려와 염려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검토한 IAEA 보고서에 대해서는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결론이 내려졌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위성곤 민주당 대책위원장은 “대책위는 일본이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를 연기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다른 대안을 검토할 것을 공식 요청한다”면서 “대한민국은 IAEA 분담금 2.5%, 약 140억원의 분담금을 내는 회원국”이라고 강조했다.

위 위원장은 “IAEA 보고서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성능 검증도 하지 않았으며 오염수 방류가 장기적으로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사고 원전에서 나온 핵폐수이기 때문에 사실상 핵폐기물에 해당한다”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를 용인하는 것은 전 세계 고준위 핵폐기물 해양투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IAEA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한 유엔 해양법협약 위반 여부를 검토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로시, ‘새 기구 구성’ 요구에는 “필요성 공감”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14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주변국 영향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미리 결론 내린 것은 ‘셀프 검증’이자 ‘일본 맞춤형’ 조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안전하다고 확신한다면 그 물을 바다에 버리지 말고 물부족 국가인 일본이 국내에서 음용수로 마시든지 아니면 공업·농업용수로 쓰라고 일본 정부에 권고할 의사가 없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로시 총장이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나도 (오염수를) 마실 수 있다. 그 안에서 수영도 할 수 있다”고 한 것을 겨냥한 말이다.

민주당은 이어진 비공개 면담에서 IAEA에 해양 방류가 아닌 다른 대안 검토, 해양 방류 일정 연기, 보건·환경·인권 국제기구와 IAEA가 포함된 새로운 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그로시 총장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제안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했고 세 번째 제안에는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고 이소영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그는 “민주당에서는 한·일 정부가 IAEA 보고서를 토대로 해양 방류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데 정작 IAEA는 방류 정당성을 검토하지 않은 것 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지만, 그로시 총장은 질문에 대부분 답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면담이 진행되던 국회 앞에서는 시민 50여명이 집회를 열고 “그로시 고 홈(Go home·집으로 가라)” “해양투기 결사반대”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전 국민이 반대한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진정으로 국민 안전을 생각한다면 괴담 선동으로 공포를 조성할 것이 아니라, IAEA의 아무런 통제 없이 자의적으로 운영되는 북한 핵시설의 위험성에 대한 공론화에 같이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IAEA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못 믿으면 무엇을 믿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라며 “(민주당이) 국민 건강을 걱정하는 척하며 불안·공포를 조장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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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