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사무총장, 규탄 시위 '진땀' 입국에 "솔직히 좋진 않았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전날 입국 반대 시위로 인해 2시간 동안 김포국제공항에서 발이 묶인 것과 관련해 "솔직히 좋지는 않았다"고 심정을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7일 저녁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에 도착, 시민단체의 항의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로시 총장은 '전날 공항에서 시위대로 인해 입국장을 빠져나오는데 2시간 넘게 걸렸고, 오늘 호텔 앞에도 시민단체가 모여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물론 후쿠시마(福島) 문제가 한국에 굉장히 민감한 이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특히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선 당연히 사람들이 각자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논쟁에) 숨거나 이견을 무시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오히려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좋은 대화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도 했다.

그로시 총장은 전날 2박3일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찾았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내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계획에 관한 안전성 검토 보고서 내용을 우리 측에 설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7일 오후 10시38분쯤 김포공항에 도착한 그로시 사무총장은 공항에서 즉각 나오지 못했다. 당초 공항 입국장 내 1층 귀빈용 출구를 이용하려 했지만 정의당, 진보당, 민주노총 등 각종 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

이들은 'IAEA 보고서를 폐기하라' '해양방류 반대한다' '그로시 고 홈(go home·집에 가라)' 등 구호를 외쳤다.


그로시 총장 일행은 8일 오전 0시쯤 건물 2층의 다른 경로를 통해 공항을 빠져나오려 했으나 엘리베이터 앞에까지 몰려든 시위대에 가로막혀 다시 대기실로 돌아가기도 했다.

결국 그로시 총장 일행은 시위대와 취재진의 시선을 피해 공항 밖으로 나갔고 시위대는 그제야 해산했다.

그로시 총장은 'IAEA의 최종 보고서에 대한 의구심은 어떻게 해소할 계획인가'란 질문에 "일본의 계획을 과학적 분석에 기반해 꼼꼼히 평가했다"며 "실제 방류 이후 발생할 일에 대해서도 현장에 상주하면서 수십 년 간 검증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는 "최후의 한 방울까지 안전하게 방류될 때까지 IAEA가 함께 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로시 총장은 야권을 중심으로 IAEA '최종 보고서' 내용에 불신을 표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갈등은 정치의 중요한 요소란 걸 잘 알고 있지만, 한국의 야당도 만약 정권을 차지한다면 IAEA와 상대(deal with)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제기구인 IAEA를 믿지 못하겠다며 오염수 반대 서명운동 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나는 야당을 설득(convince)할 권한도 계획도 없지만, 후쿠시마 문제와 관련해 IAEA가 내린 결론에 대해 야당에게 설명(explain)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로시 총장은 9일 민주당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8일엔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 박진 외교부 장관 등도 잇달아 만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계획 등에 관해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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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