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안전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이태원에서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참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태원동 호텔 옆 38평 정도 되는 좁고 경사진 골목길에 사람들이 밀도 높게 서 있다가 앞으로 쏠리듯 밀리면서 생겼다는데 이게 우발적 참사인지, 행정력의 미비로 인한 인재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당혹스러운 심정으로 뉴스와 SNS에서 공유되는 소식을 접했다.

이번 참사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을 때 책임을 물을 곳이 불분명하면 사람들은 만만한 희생양을 찾아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다. 이번에 희생양으로 가장 먼저 선택된 것은 핼러윈 데이의 무국적성과 상업화된 기념일 문화였다. 한국 문화의 정통성은 혼종성 그 자체에 있는데도 말이다. 두번째 과녁은 사건 당일 현장에 있었던 이들에게 겨누어졌다. 응급구조대원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참가자 일부가 응급차 옆에서 춤을 추고 있는 짧은 동영상이 특히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이태원에 있던 사람 중 일부는 사건 발생 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홍대 클럽으로 가서 놀았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이것은 모두 비난으로 이어졌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했다.

이는 국가가 국민의 존엄과 가치와 행복추구권을 보장할 의무를 명시한 규정으로서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자격을 공표한 선언이다. 헌법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국민과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다.

하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나온 각종 유언비어와 근거 없는 비난은 이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이번 참사는 이태원에 있었던 국민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재난이다.

흔히들 참사가 터지면 후진국형 참사라고 비난에 열을 올린다. 진짜 후진국형 참사는 2차 가해다. 이태원에 있었다는 이유로, 할로윈 축제에 갔다는 이유로 비난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런 의식이 후진국 의식이다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할로윈 참사도 마찬가지다. 참사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참사가 터지면 다들 뭐가 잘못됐다니, 미리 예방할 수 있었다는 등 사후약방문식 처방을 늘어 놓는다. 또 책임론을 제기하며 희생양 찾기에 급급하다.

지금은 희생자와 부상자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2차 가해에 노출됐다. 근거없는 가짜 뉴스와 동영상이 유포되고, 국가의 장례식과 위로금 지급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때 희생자와 유가족를 겨냥한 2차 가해의 폐해는 인간의 자격을 의심하게 만들었던 참사다. 인간의 공감력은 최고의 치유제다. 하지만 2차가해자들은 공감력 대신 증오감을 뿌렸다. 나라는 분열되어 두동강이 났고, 그 후유증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경험에 의한 학습으로 큰 인명 사고를 막겠다는 식의 대처로는 이러한 후진국형 사고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물론 똑같은 유형의 사고를 막는 데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대처가 유용하겠지만 그에 앞서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겠다는 식으로 시민들의 안전의식을 고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방과 대비 대응과 복구가 재난 대처의 4단계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예방과 대비 쪽보다 복구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이러한 대형 참사가 후진국형 사고라고 보는 데는 그처럼 십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미리부터 행정당국이나 지자체가 나서서 만약의 사고에 철저히 대비하는 태세를 갖췄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전조가 없는 재난이나 사고는 없다는 말이 있듯이 예방과 철저한 대비 또 시민들의 안전의식 고양 이런 그것들이야말로 한국을 재난 관리 선진국으로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우성 뉴스젠 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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