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면 만점 가능하다더니"..국민의힘 공천시험 문제 어땠길래

정당 사상 첫 공천시험 실시
국민의힘 'PPAT' 응시해보니
객관식 30문항에 4500명 참여
지문 길어 고령자 일부 불만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고등학교. 두꺼운 인쇄본 자료를 바라보며 막판 공부에 열을 올리는 고령층, 휴대폰으로 유튜브 강의 영상을 확인하는 젊은 층, 사뭇 다른 두 연령대가 한 교실에 모였다. 국민의힘이 정당 사상 최초로 실시한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다. 전국 응시 대상자는 총 4500여 명으로 2002년생인 만 19세 최연소 응시자부터 1941년생인 만 80세 응시자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됐다.


▲국민의힘이 6·1 지방선거 광역·기초의원 출마자를 대상으로 `공직 후보자 기초자격평가 시험(PPAT)`을 실시한 17일 오전 서울 목동고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한 응시자가 답안지를 작성하고 있다.

객관식 30문항으로 구성된 이번 시험은 지역구 출마자의 경우 평가점수에 비례해 최고 10% 가산점을 받는 혜택이 주어진다. 비례대표의 경우 광역의원은 70점 이상, 기초의원은 60점 이상을 받아야 공천 심사 자격을 받는다. 응시자들과 함께 시험을 치른 이준석 당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공약으로 냈을 땐 지역구도 자격시험화하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이번엔 불가피하게 가산점제로 치르게 됐다"며 "이번에 성과가 좋다고 평가되면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자격시험화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험 문제로는 국민의힘 당헌당규, 공직선거법, 시사 현안 등과 관련한 내용이 출제됐다. 특히 한미동맹이나 경제안보, 북한인권 정책 등 외교안보 분야 문제가 다수 등장해 주목받았다. 분석·판단력을 평가하거나 당 정책 이해도를 파악하기 위한 문항도 제시됐다.

국민의힘 측은 "평가문제는 변별력을 갖추되 PPAT 동영상 강의와 교재를 토대로 공부한 사람은 풀 수 있는 난도로 출제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홈페이지 등에 당헌당규, 대북정책, 공직선거법, 외교안보 등 영상 강의와 예상 문제 자료를 게시했다.

실제 기자가 PPAT 시험에 응시해보니 다소 지엽적이고 구체적인 문항이 출제돼 응시자들을 곤란하게 했다. 일례로 시도당 대의원 구성원 수는 시도 유권자 수의 '0.05% 이내'로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규정돼 있는데, 문제엔 '5% 이내'로 나와 틀린 선택지를 골라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시험에 출제된 문제와 지문의 길이가 긴 편이라 연령층에 따라 유불리가 나뉠 것이라는 예측 또한 가능했다. 학교 공부에 손을 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층은 수월하게 풀 수 있었지만 독해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고령층은 불만을 표했다. 60분 동안 30문항을 푸는 데 어려움을 겪는 수험생들도 적지 않았다. 시험 직후 만난 이 모씨(66)는 "이준석 대표가 영상만 보고 공부하면 누구나 만점을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국민의힘에서 내준 자료와 시험이 전혀 딴판으로 나왔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반면 소심향 전 은평구 의원은 "부적격자를 걸러내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고 이번 시험을 통해 출마자들이 기초지식을 함양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내에서 이견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 "그분들이 대안으로 주장하는 내면 평가, 인성 평가, 당에 대한 공헌도 측정이 과연 가능한 시나리오인지, 아니면 소위 '짬짜미 공천'이나 '밀실공천'을 하기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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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