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입법 확정 의사봉, 박병석 대신 민주당 김상희 잡나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검수완박)하는 초유의 강행 입법을 확정짓는 의사봉은 김상희 국회 부의장 손에 쥐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28일 전후로 예상되는 국회 본회의 시점에 맞물려 예정된 미국·캐나다 순방(4월 23일~5월 2일) 일정을 박병석 국회의장이 고수하게 되면 김 부의장이 본회의 사회권을 넘겨받게 되기 때문이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의장이 예정대로 북미 순방을 갈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장이 해외순방을 갈 경우 사회권을 부의장 한 명에게 넘기는 게 관례인 만큼, 만약 박 의장 부재 시 본회의가 열리면 김 부의장이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장이 사고(事故·불시의 일)가 있을 때는 의장이 지정하는 부의장이 직무를 대리한다’는 국회법 12조가 근거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도 “미국행에 대한 박 의장이 고민이 깊었지만, 미국 의회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출국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과 김 부의장은 지난 15일 의장실에서 만나 20여분 간 협의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의장이 사회권을 넘긴다면 김 부의장은 개의, 회기설정, 상정 등 포괄적인 권한을 이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김상희 부의장’ 카드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야당이 무제한토론으로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맞설 경우 이를 무력화하려면 민주당은 임시국회 회기를 2~3일로 짧게 두는 ‘살라미’ 방식 등 각종 편법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살라미 방식을 쓰려면 회기를 짧게 설정하거나, 회기 도중 ‘회기변경의 건’을 상정해야 하는데 모두 국회의장의 권한이다. 김 부의장이라면 협의가 좀 더 원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9월 민주당이 언론재갈법(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처리를 시도하자 “여야 합의”를 먼저 요구하며 본회의 상정을 거부한 선례가 있는 박 의장보다는, 민주당 소속인 김 부의장을 조금 더 설득하기 쉽다는 논리다. 지난 14일 극적으로 타결된 여·야의 선거법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도 박 의장은 적극적인 중재자를 자임했다. 강행처리 드라이브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김 부의장의 보좌관 출신이라 두 사람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점, 첫 여성 국회의장 등 정치적 도전이 남아 있는 김 부의장이 박 의장보다 당내 여론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 등도 민주당이 사회권 이양을 고무적으로 보는 이유다.
민주당은 이미 전례에 대한 검토도 마쳤다.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은 이슈를 여당 소속 부의장이 총대를 메고 직권상정해 처리한 사례들이다. 2011년 11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이던 정의화 부의장은 같은 당 출신인 박희태 국회의장으로부터 사회권을 넘겨받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직권상정해 표결처리했다. 2009년 7월에는 한나라당 소속 이윤성 국회 부의장이 본회의장에 진입하지 못한 김형오 국회의장을 대신해 미디어법을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날치기”라며 격하게 반발했지만 효력 발생을 막지 못했다. 여론조사업체인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두 법안 모두 국회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결론났지만 후폭풍이 컸다”며 “만약 민주당이 본인들 비판하던 선례를 따른다면 여야 간 긴장을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회의 상정 이전 단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을 민주당이 어떻게 주도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은 5월 3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 공포가 결정되는 것을 목표로 처리 시점을 역산하고 있는데, 첫 단계인 법사위 처리의 속도가 관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4월 28일 이전 본회의 표결 절차를 완료하기 위해선 4월 20일 전후에는 법사위 법안 처리가 완료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홍근 원내대표는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사위 심사과정에서 야당이 문제제기가 법률안 보완에 도움이 된다면 이 역시도 열어놓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과 협의하는 최소한의 모양새를 법사위 단계에서 갖추겠다는 의미다.
외부에선 법안 내용을 둘러싸고 “명백한 위헌”(대검)이라거나 “형사 사법체계가 붕괴될 것”(변호사 공익단체 ‘착한 법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등의 논란이 한창이지만 민주당 내에 남은 내용적 고민은 법 실행 유예기간의 장단뿐이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제출된 법안 상의 유예기간은 3개월이지만 이를 1년으로 늘여 수사에 사법통제 시스템 전체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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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