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안철수, 단일화 관련 우리 뿐 아니라 민주당도 만났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에 단일화 조건으로 총리직을 요구했으며, 더불어민주당과도 단일화 관련 접촉을 했다는 주장이 국민의힘측에서 나왔다. 국민의당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 안철수 후보도 "직접적으로 제가 어떤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처음부터)끝까지 갈 생각을 하고 시작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8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최재천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면담 직후 안 후보를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이 후보와의 단일화 조건 논의도 오갔다"고 전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지난 6일 이재명 후보와 비공개 회동을 했다. 이 후보는 당시 김종인 전 위원장과 면담 뒤 "도움 될 만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세부적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김종인 전 위원장도 "특별한 얘기 한 것도 아닌데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재명 후보의 만남 자리에 최재천 전 의원도 동석했다는게 국민의힘 관계자의 주장이다. 최 전 의원은 민주당계 인사로 2015년 탈당한 뒤 정계와 거리를 둬왔던 인물이다. 최 전 의원은 2015년 문재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후보가 갈등을 빚을 때 문 대표를 비판하며 탈당했다. 이후 안 후보가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 최 전 의원을 영입하기 위해 나서기도 하는 등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최재천 전 의원이 김종인 전 위원장과 안철수 후보와의 회동에서 중계역할을 했을 것이란게 국민의힘측 관계자의 주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날(7일)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가 단일화 조건으로 총리직을 요구했는데, 민주당과도 접촉하고 있었다"며 "겉으로는 '정권 교체'를 주장하면서 안으로는 자기 몸값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안 후보도 안 후보지만, 얼마전까지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종인 전 위원장이 여권을 위해 힘을 쓰고 있는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최근 "단일화는 없다"며 완주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지지율 부진에 결국 단일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대선 막판으로 갈수록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로 지지세가 결집할 수 있는만큼 안 후보로서도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은 "단일화 관련해 국민의힘과 전혀 접촉한 사실이 없다"며 "국민의힘 측에서 어떠한 제안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내용은 모두 허위사실이다. 허위사실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안철수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을 만나 새해 인사를 드린 바 있지만 (그외)만남과 제안 등 모든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 "(보도에 언급된)국민의힘에 총리직 요구·김종인 위원장·최재천 전 의원이 이재명 후보와 만남 후 안철수 후보와 만남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다. 국민의힘 당색과 같은 거짓말"이라고 썼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저는 당선이 목표지 완주가 목표가 아니다"며 단일화론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제안이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한다"며 "직접적으로 제가 어떤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어떤 제안을 받은 적 없는데 제가 왜 그런 것에 대해 고민하겠나. 처음부터 고민 안 하고 시작했다. 끝까지 갈 생각을 하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야권의 후보 단일화 문제는 후보 등록이 다가오면서 본격적으로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권 본부장은 단일화 협상 마지노선 시기와 관련해 “투표일 시작할 때라는 분도 있고, 투표용지 인쇄라는 분도 있고, 사전투표 전까지 언제든지 열려 있다는 분도 있다”며 “그 중간 어디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후보 등록기간인 13~14일을 1차 마지노선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두 후보가 후보로 등록하면 투표용지에는 ‘기본 2번 국민의힘 윤석열’ ‘기호 4번 국민의당 안철수’가 모두 인쇄되기 때문에 후보등록 전에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일화 협상이 완료되기 어렵기 때문에 투표용지 인쇄일 하루 전인 27일이 2차 마지노선으로 꼽힌다. 투표용지 인쇄일 전에 후보가 사퇴하면 기표란에는 붉은색으로 ‘사퇴’가 표시된다.
또한 마지막 데드라인으로 사전 투표가 진행되는 3월 4일 이전이나 본 투표일인 3월 9일 전날이 거론된다. 하지만 투표용지 인쇄일을 넘길 경우 투표지에는 사퇴가 표시 되지 않고, 투표소에 사퇴를 알리는 게시문이 붙기 때문에 단일화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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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