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피디 경질 후폭풍.."이게 무슨 공정방송?" "블랙코미디"

민주당 항의 뒤 SBS 이재익 PD 경질 후폭풍
이재익 PD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SBS는 더불어민주당의 항의로 진행자 겸 PD가 방송에서 하차하게 된 것에 대해 “이재명 후보 캠프 측의 항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런 항의는 종종 있는 일이고 이 때문에 이재익 PD가 하차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문을 7일 발표했다.


▲SBS 라디오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이재익 피디

S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이재익의 시사특공대’를 진행한 이재익(47) SBS PD는 블로그에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의 항의로 방송에서 하차하게 됐다”며 하차 심경을 밝혔다. 이 PD에 따르면 지난 4일 방송에서 가수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를 선곡했다. 이 PD는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라는 노래 가사를 언급하며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선 안 되겠다. 누구라고 이름을 말하면 안 되지만 청취자 여러분 각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이후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를 겨냥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는 항의가 들어왔다는 게 이 PD 주장이다. 이 PD는 “특정 후보 이름을 언급하거나 힌트를 준 것도 아니고, ‘내로남불’은 네 후보 모두 소리 높여 비판하는 문제였다”며 “생방송 중에 들어온 수백 개 문자와 댓글에는 항의가 없었는데 주말에 민주당 항의가 들어왔다. 내 의도나 가사의 메시지가 아닌 ‘카드’라는 단어에 주목한 분들도 있었다”고 했다. 민주당 측이 라디오 방송 내용을 이재명 대통령 후보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한 저격으로 잘못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SBS는 진행자 교체에 대한 입장문에서 “SBS는 시사프로그램에서 모든 이슈를 다룸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정해두고 있다”며 “이재익 PD의 하차는 이 원칙이 훼손되었다고 판단해 결정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SBS 라디오센터는 SBS의 방송 대원칙인 공정한 방송을 실천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SBS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7일 성명을 내고 “매일 정오에 청취자를 찾아가던 진행자가 민주당의 항의 한마디에 교체됐다”며 “항의와 교체 사유는 황당함을 넘어 낯부끄러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해당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비판을 해왔다”며“다의적 표현이 날카롭고 따끔하게 느껴졌으면 부끄러워하고 반성부터 하는 게 정상이다. 언론사에 항의부터 하는 후진적 모습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회사 쪽을 향해서도 “항의를 받을 때마다 진행자를 교체한다면 어떤 프로그램이 존속될 수 있겠는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방송사도 피디들도 이 문제를 두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이야기한다. 이재익 피디는 “공정성과 객관성은 방송인으로서 제 기준이자 지향점이다”며 “다만, 제가 생각하는 방송의 공정과 객관은 이쪽저쪽 눈치보면서 조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쪽저쪽 눈치보지 않고 비판할 건 비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믿을 뿐이다”고 말했다.  SBS 노조는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회를 신속히 개최해 진상규명에 나서기로 했다.


이재익 피디는 “이런 후보는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된다고 했을 때 어떤 후보가 연상된다면 그게 진행자의 잘못인가, 아니면 후보의 잘못인가. 내로남불이란 말이 특정 후보를 떠올리게 한다고 앞으로 방송에서 말하지 말라는 거냐”고 반문했다. 또 그는 “저 곡에서 카드는 카드 돌려막기밖에 할 수 없는 서민들의 절박한 상황을 얘기하는 가사다. 법인카드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의미다. 음악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구나 싶다”며 ”이 모든 게 코미디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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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