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거대한 가속 시대와 결단력

           ▲ 송운석 교수


요즈음 포스트코로나 시대 사회변화에 대해 스콧 갤러웨이 교수가 쓴 ‘거대한 가속’이라는 책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자는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장차 일어날 변화가 10년 앞당겨졌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가 접할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빨리 변하는 거대 가속화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아침에 엄마 아빠한테 뽀뽀하고 유치원에 간 아이가 저녁에 돌아올 때 초등학교 5학년이 돼 집에 돌아오는 격이다. 2022년이 코앞에 다가왔다. 장차 펼쳐질 사회변화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난 2년간 생각하지 못했던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단 몇 주 만에 모든 선생님들이 온라인 교육자로 탈바꿈했다. 이제는 넷플릭스와 줌 미팅 그리고 배달 음식이 일상화되었다. 미국의 경우 대공항 당시 2년간 줄어든 일자리(5%)보다 펜데믹 시대 3개월 동안 사라진 일자리(13%)가 훨씬 많았다. 애플의 경우 1조 달러 재산을 형성하는 데 42년이 걸렸는데, 펜데믹 이후 2조 달러를 달성하는데 약 20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카카오의 경우 2020년 처음으로 ‘연 매출 4조 원 시대’를 열었고 펜데믹 기간에 하루 평균 100억 원 매출을 올렸다. 1년 만에 2019년과 견줘 매출 규모가 1조 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그 성장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는 완전히 판이 바뀌었다. 이러한 가속 시대에 기업이나 개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결단력과 과감한 배팅일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성공학자 나폴리언 힐은 당대 미국의 최고 부자들 507명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한 결과 그들의 공통점은 결단력임을 발견했다. 다른 연구에서도 자기 분야에 성공을 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결단의 순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결단은 선택과는 다르다.


선택은 몇 가지의 가능성 중에 하나를 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한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른 대안으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결단은 다른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고 오직 한곳에 집중하는 것이다. 결단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고 무조건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

의사결정 심리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의사결정자들이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여러 대안을 평가하고 비교하는 '심사숙고 마인드셋'과 자신의 판단을 실천에 옮기는 것을 생각하는 '실천 마인드셋'의 두 가지가 작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두 가지 마인드셋은 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의사결정이 실제로 이루어지려면 '심사숙고 마인드셋'에서 '실천 마인드셋'으로 이행하기 위한 계기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심사숙고 마인드셋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망설임과 주저함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왜 망설이고 주저하는가? 혹시라도 잘못된 결정을 할까 불안하고, 자기 결정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왜 불안하고 확신을 갖지 못하는가? 자기가 그것을 해낼 수 있는지, 자기 판단이 옳은지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단하고 실행에 옮기기 전에 자꾸 머뭇거린다.


그리고 “지금은 바쁘다. 시간이 좀 필요하다. 준비가 덜 되었다.”라는 핑계를 댄다. 문제는 불필요하게 긴 시간 동안 심사숙고의 마인드셋에 안주하면서 결단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것이다.


개리 비숍은 ‘심사숙고 마인드셋’에서 벗어나 ‘실천 마인드셋’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시작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망설임, 주저함, 현실에 안주하려는 안일한 태도에서 벗어나 무엇인가 시작하는 모멘텀에 불을 붙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지속적으로 시작의 동력을 만드는 자기와의 대화가 필요하다.


즉 ‘난 할 의지가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분명 이긴다.’ ‘나는 불확실성을 환영한다.’ ‘행동과 실천 외에 다른 길이 없다.’ ‘나는 끝장을 본다.’ ‘나는 어떤 결과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이러한 자기 독백은 심사숙고의 늪에서 벗어나 실천 마인드셋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시작의 모멤텀을 만드는 용기를 준다. 지금처럼 시대적 대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자기 내면에 잠든 의지력을 일깨워 새로운 삶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용기가 절실하다.

새로운 출발을 할 때는 최소한도 세 가지 결단을 해야 한다. 먼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결단이다. 시대 트랜드에 맞는 결정을 위해서 가능한 한 현재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영역과 연관성이 있는 것을 택하는 것이 좋다. 점차 사람들은 코로나로 멀어진 삶을 디지털을 통해 가까워지려고 하고 있다. 따라서 언텍트, AI, IOT, 메타버스 등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초현실 디지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렇게 급부상하는 영역과 연계시켜 무엇을 할 것인가 결단해야 한다.


다음으로 왜 그 결단이 요구되고 그를 통해 나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자 하는지, 자기가 중요시하는 삶의 본질적 가치에 추구하는 변화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결단이다. 즉 남들이 한다고 덩달아 하지 말고 진정으로 그것을 왜 하고 싶은지 확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원하는 결과를 창조하기 위해 어떤 전략과 방법으로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결단이다. 가장 실천하기 쉽고, 실행이 가능하며,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이를 어떻게 추진해 나아갈지 결정해야 한다.

일단 시작하면 분명 길이 열린다. 혹시 모를 실패로 인한 고통을 피하고자 망설이고 미루면 우리는 결단의 순간을 만들 수 없다. 세네카는 고통을 당하기도 전에 불필요한 고통 속에 빠져들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우리가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행동할 때 우리의 미래는 열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에 희생자로 전락하여 세상이 우리를 변화시킬 것이다.

괴테는 “시작과 창조의 모든 행위에는 결단이라는 근본 원리가 있고, 결단하는 순간 하늘도 움직이기 시작한다.”라고 했다. 지금 우리는 개인이나 기업 그리고 정부 모두 역사의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새로운 결단으로 거대한 가속에 함께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야 한다. 어떤 결과를 기대하거나 바라면 실망이 앞설 수 있다.


결과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성공이든 실패든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수용하겠다고 마음먹으면 훨씬 가볍게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의심과 공포가 생기고 행동하면 자신감과 용기가 생긴다. 결단을 요구하는 골든 타임은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너무 늦기 전에 새로운 시대를 위한 첫발을 내딛자. 그리고 2022년에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이끄는 주역으로 거듭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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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