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키자

박영률 시인


늦가을 낙엽이 어수선하게

흩어져 내리는 밤이면

창문을 연다

창가에 별빛이 뚝뚝 떨이지고

휘영청 밝은 달이

차가운 빛을 쏟고 있을 때

우리 촛불을 키자

달빛, 별빛, 촛불이 어울려

불꽃이 흔들리는 창가에서

가버린 날들의 추억을 되새기며

그리운 이름을 부르니

창가에 그 얼굴이 어른거린다.

문득 정신을 가다듬으니

허허로운 세월이 덧없이 흘러

가물가물거려

흔들리는 기억들이 아른거리고

다시 올 수 없는 그날의 추억들이

뚝뚝 떨어져 대추나무 가지에 걸리고

별빛과 달빛도 대추나무 가지에

찔리고 터져 물들어 가는 밤에 

우리 모두 촛불을 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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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