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대신 "쉬겠다" 전한 한동훈…"운명 내가 못 정한다" 의미심장

국민의힘 제22대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적 휴식 기간을 가질 전망이다. 정식 지도부 선출을 위한 6월말~7월초 전당대회가 예상돼 가장 유력한 당권 후보군에도 들고 있지만 '재등판 숨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하며 인사하고 있다.

22대 총선 서울 마포갑에서 이지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599표차로 누르고 재선 당선인이 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채널A '정치 시그널'에 출연해 "한동훈 (전) 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했더니 '쉬겠다'고 해 '그게 맞고 푹 쉬라'고 했다"고 전했다.

조정훈 의원은 21대 국회 야권 비례대표 정당인 시대전환 출신으로, 국민의힘에 합류한 탈(脫)민주당 전향 인사들 중 한명으로 꼽힌다. 그는 한 전 위원장 당대표 경선 등판론에 관해 "본인을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아니다"며 지금은 쉴 때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회 앞에 '한동훈 복귀'를 염원하는 화환을 도열한 "동료시민" 팬덤에 관해선 "한 (전) 위원장을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이라면 그러시면 안 된다, 너무 빨리 나오시게 하면 안 된다"며 "(정치인이) 한번 강(强)하게 나갔으면 약(弱)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이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마포구에만 3차례 지원유세를 왔다며 "처음 왔을 때, 공중부양하듯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굉장히 열정적인 연설을 한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자생적인 '인기'를 시사한 셈이다.

조 의원은 "선거(4·10 총선) 전날 3번째 왔을 때 한 (전) 위원장이 굉장히 지쳐 보였고, 손에 여러 반창고를 붙인 걸 봐서 '치료받고 왔구나'라고 짐작했다"며 "당이 한동훈이란 소중한 정치적 자산을 다시 사용하고 싶다면 충전할 시간을 줘야한다"고 역설했다.

한 전 위원장의 휴식을 '배터리 충전'에 빗댄 그는 통화 당시 '구상을 같이 논의했느냐'는 질문엔 "영업 비밀"이라고 여지를 뒀다. 또 "한 (전) 위원장이 '내 운명은 내 스스로 정하지 못한다'고 한 발언이 기억난다"며 "우리 국민들이 소환해야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한 전 위원장을 공개 비난하던 홍준표 대구광역시장과 만찬 회동을 한 정황에 관해 "만나신 건 참 잘했다"고 말했다. 또 홍준표 시장에 대해 각 세우지 않고 "우리 보수정당과 정치적 통찰력이 상당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민주당 비명(非이재명)계 출신으로 합류한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도 한 전 위원장 당권 도전설에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선거에 책임 있는 분이 전대에 나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이상민 의원은 총선 참패 책임에 관해선 "가장 중요하게 극복돼야할 부분이 뭐냐고 할 땐 '대통령의 리더십'"이라고 진단했다.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 책임공세를 펴는 것엔 "좀 지나치다"며 "선거 다 끝나고 쓰러져 있는 전우들 틈에다 소금 뿌리는 격"이라고 했다.

국무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차기 당대표에 관해선 "지금은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려서 국민의 뜻을 요령 있게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대통령이 '그 말이 맞구나, 좀 더 섬세하게 가야 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게끔 설득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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