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윤계 “야권에 192석 갖다 바치고도 이리 한가하다니” 질타

“(300석 중) 192석을 야권에 갖다 바치고도 이렇게 한가해 보일 수가 있나. 위기가 위기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게 우리 당의 현재 위기다.”(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일주일 넘게 변화의 가능성조차 보여 주지 못하면서 ‘골든타임’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총선 패배에 대한 명확한 원인 진단과 반성 없이 ‘안정형 비대위’를 출범시키고, 전당대회로 시선이 옮겨지면 결국 ‘영남당’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오른쪽)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22대 국회에 5선으로 입성하는 윤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를 열었다. 그는 “정권 교체를 열망하며 표를 줬던 그 많은 유권자를 실망시킨 데 대해 저희가 반성하고, 사죄하고, 자성하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라는 총선 백서를 만들든 뭔가 역동적인 모습이 하나도 안 보인다”면서 “당에 주의를 환기하고자 이 자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윤 의원은 “사실 지금 당장에라도 새 원내대표를 뽑아서 비상대책위원회든 혁신위원회든 뭐든 출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특검법 처리 등 국회 상황으로 불가능하다면 “현 원내대표가 TF(태스크포스)든 혁신위든 비대위든 빨리 만들어야 할 계제”라고 강조했다. 총선 참패 이후 일주일 동안 실무형 비대위를 꾸려 6∼7월쯤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자는 정도의 대략적인 일정만 내놓은 현 당 지도부를 비판한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윤 의원과 함께 김재섭(서울 도봉갑)·김용태(경기 포천·가평) 당선자가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당에서 ‘수도권 지도부’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이름이 거론되는 인사다. 또 비윤(비윤석열)계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번 총선 참패 책임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김재섭 당선자는 세미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영남 정서를 기준으로 수도권 선거를 치르기는 어려운 것 같다”며 “대선과 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수도권 민심을 잡아야 하는데 지도부만큼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주창해 왔던 윤 의원은 “(총선 참패의) 구조적 원인은 ‘영남 중심당’의 한계”라며 “공천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당 지도부나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를 전달하지 못한다. 이걸 제대로 혁파하지 못하면 당의 미래가 힘들다”고 꼬집었다. 앞서 김기현 전 대표나 윤재옥 원내대표 등 당 주류가 영남·친윤(친윤석열) 일색으로 채워졌고, 이로 인해 당의 쇄신이 불가능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기 전당대회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제시됐다. 김재섭 당선자는 “전당대회는 정치적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보수 진영의 패배의식을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는 있겠지만 전당대회 자체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전당대회 당원 100% 룰 유지에 반대한다”면서 “당원 100% 룰이 재논의된 이후에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게 맞다. 그렇지 않고선 아무리 보수의 재건을 얘기해도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차기 주자들은 당권 행보를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5선 고지에 오른 ‘원조 친윤’ 권성동 의원은 ‘박영선 총리설’ 등 각종 현안에 입장을 밝히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4선에 성공한 안철수 의원은 의료 개혁, 연금 개혁과 같은 차별화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5선 고지에 오른 권영세 의원과 낙동강 벨트에서 생환하며 4선이 되는 김태호 의원 등도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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