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빌미 될라…미국서 파는 국내 김치라면에 ‘신치’ 아닌 ‘라바이차이’?

국내 유명 라면업체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라면 포장지에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신치(辛奇)’가 아닌 ‘라바이차이(辣白菜)’로 적어 논란이 되고 있다.


▲ 김치의 중국어 표기인 ‘신치’ 대신 ‘라바이차이’가 적힌 한국 유명 라면 업체의 ‘김치라면’ 겉면.

라바이차이는 중국 동북 지방의 배추절임으로, 이번 사건이 ‘김치의 종주국’이라고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는 중국에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국에 거주하는 누리꾼들이 공통으로 제보했다”며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서 교수는 “라바이차이는 중국 동북 지방의 배추절임 음식이고 우리의 김치와는 전혀 다르다”며 “잘못된 중국어 표기를 사용하게 되면 중국에 또 하나의 빌미만 제공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몇 년 전부터 김치를 자신들의 고유 음식이라고 주장하며 ‘김치공정’을 펼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 등에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라고 표현하며 한국의 음식문화를 왜곡했다.

파오차이는 중국에서 먹는 ‘야채절임’을 의미한다. 술과 향신료 등을 섞어 끓인 물을 채소에 부어 만드는 방식으로, 서양의 ‘피클’과 비슷하다.

앞서 중국은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당시 메인미디어센터와 미디어 빌리지 식당에서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하기도 했다. 서 교수가 항의하자 표기는 라바이차이로 변경됐다.

하지만 라바이차이도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파오차이는 쓰촨 지방에서 먹는 채소절임이고 라바이차이는 동북 지방의 배추절임으로, 결국 모두 ‘중국식’인 셈이다.

서 교수는 “정부는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을 개정하면서 김치의 올바른 중국어 표기를 ‘신치’로 명시했다”며 “우리는 국내외로 김치에 관한 기본적인 표기부터 잘 사용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떨칠 수 있도록 우리 기업들도 올바른 김치 표기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라바이차이의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매운 배추’로 해석된다. 또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중 한국대사관 등과 논의를 통해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신치’를 택했지만, 중국 소비자들에게 친숙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신치는 '맵고 새롭다'는 뜻으로, 단어만 듣고 김치로 인식하기로 힘들다는 의견이다.

라면업체 측은 “영어 글씨로 ‘스파이시 김치 플래버(Spicy Kimchi Flavor·매운 김치 맛)’로 썼지만, 영어를 잘 모르는 중화권 국가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라바이차이’ 표기를 병기한 것”이라며 “신치라는 용어는 중국에서 잘 사용되지 않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동북공정 논란이 있는 파오차이 대신 라바이차이를 썼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가 비빔밥의 발원지를 ‘중국’으로 소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비빔밥은 2023년 구글 ‘올해의 검색어’ 레시피(요리법) 부문 1위에 오를 정도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

서 교수는 “한국의 전통음식을 왜곡한다고 비빔밥이 중국 음식으로 변하는 게 아니다”라며 “바이두에 지속적으로 항의해 비빔밥 발원지를 한국으로 바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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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