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측 "왜 자꾸 끌어들이나"…유동규 "정진상, 다 알고 있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사진) 측이 법정에서 고성을 지르며 충돌했다.

유씨가 불리한 증언을 하자 정씨 측이 "왜 자꾸 끌어들이느냐"고 반발하면서 격앙된 설전으로 이어졌다.

유씨는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의 대장동 의혹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압수수색을 당하기 전날인 2021년 9월 28일 정씨와 나눈 통화 내용에 관해 진술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정씨의 증거인멸교사 혐의와 관련한 변론만 분리 진행돼 이 대표는 출석하지 않았다.

유씨는 통화 당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한 언론사와 인터뷰하기 위해 대기하던 중 정씨로부터 "정영학이 다 들고 서울중앙지검에 들어갔다고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회계사 정영학 씨가 같은 달 26일 검찰에 출석해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을 제출한 상황을 말한다.

유씨는 당시 통화에서 정씨가 "정영학이 얼마만큼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상당히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심각할 것"이라며 "최근 내용까지 (녹취록에) 나오면 김용 관련된 것도 다 나올 텐데 걱정된다"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유씨는 자신이 "불똥이 다 튀면 어떡하지"라고 토로하자 정씨는 "심각하네, 이거 뭐 운명이지"라 답했다고 전했다.

이에 정씨 변호인이 "그 대화 전까지 정진상은 '정영학 리스크'를 몰랐다는 뜻인가"라 묻자 유씨는 다소 흥분한 듯 "왜 몰랐겠느냐. 정영학을 몰랐다면 정영학이 검찰에 들어갔단 얘기를 왜 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씨가 계속 "아니, 정진상도 아는 (내용)"이라고 항변하자 변호인은 "왜 사사건건 정진상을 끌어들이느냐"고 고함을 질렀다. 유씨는 곧바로 "왜 말을 못 하게 막느냐"고 쏘아붙였다.

양측의 고성이 오가자 재판부는 잠시 휴정할 것을 제안하며 진정시켰다.

유씨는 이 통화가 이뤄진 다음날 압수수색을 당하기 직전 정씨와 한 차례 더 통화했다고 설명했다.

정씨의 변호인이 당시 구체적인 통화 내용을 묻자 유씨는 "정진상이 처음에 '김인섭한테 좀 가봐라'라고 했다가 '아니다, 백종선이 더 낫겠다'는 얘기 등을 나누던 와중에 검찰이 집 초인종을 눌렀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백현동 개발사업의 '대관 로비스트'로 알려진 인물이며 백씨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비서다.

유씨는 "당시 김인섭과 백종선은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그룹 일원으로서 동지애는 있었지만, 평소 자주 만나거나 편한 사이는 아니었다"며 "내가 이런 일을 당했는데 그 사람들을 만나야 하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이 "정씨로선 이 두 명을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본 것인가"라고 묻자 유씨는 "네"라고 답했다. 정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유도성 질문을 한다"고 반발했다.

변호인은 그러면서 "우리는 유씨가 단독범이라고 본다"며 "대선을 치르던 정씨가 대장동 사태와 관련해 증인이 핵심 관련자로 보도되니까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유씨는 "정진상, 김용, 김만배와 나까지 네명은 평소에도 서로 숨길 것 없이 얘기를 나눴다"며 "정진상은 진상을 다 알고 있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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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