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이폰 없어"…소외감 느끼게 했던 '아이메시지' 규제한다

이르면 내년 초 애플과 안드로이드의 메시지 플랫폼 연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이 애플 기기 전용 메시지 기능인 '아이메시지(iMessage)'를 디지털시장법(DMA)상 특별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검토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 아이메시지(iMessage) 화면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영국 보다폰, 독일 도이치텔레콤, 스페인 텔레포니카, 프랑스 오렌지 등 유럽 주요 통신사들과 손잡고 EU 집행위원회(EC)에 아이메시지를 DMA 핵심 플랫폼 서비스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EU는 지난 9월부터 DMA 규제 대상 기업을 확정하고 약 반년 동안의 유예기간을 시작했다.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규모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규제하는 강력한 법안이다.

DMA 적용 대상은 EU 내에서 연매출 75억유로 이상, 시가총액 또는 시장가치 750억유로 이상, 월간 이용자 4500만명 이상, 최소 3개 회원국에서 서비스 제공, 연 1만개 이상 이용사업자(입점업체) 보유 등의 기준을 충족한 기업들이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애플,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 등 6곳이 이에 해당한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은 제3자 서비스와 상호 운용을 허용해야 하며, 자사 플랫폼 외부에서 입점업체들이 자체 사업 홍보나 계약을 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 입점업체가 플랫폼 이용 시 생산되는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구글과 유럽 통신사들은 메타의 페이스북, 바이트댄스의 틱톡처럼 애플이 아이메시지로 충분한 수익을 내고 있으면서도 다른 플랫폼들과 폐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메시지 역시 DMA의 대상인 핵심 플랫폼 서비스로 봐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구글과 통신사들의 이런 움직임은 차세대(3세대) 문자 규격인 ‘RCS’를 애플이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글은 RCS 도입 이후 줄곧 애플에 이를 채택할 것을 촉구해왔다.


RCS는 2019년부터 전 세계에 본격적으로 보급됐으며, 이용자 간 무료 텍스트 전송, 5MB 이하 파일 무료 전송, 보내기 취소, 그룹 채팅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종단 간 암호화가 적용돼 이용자 간 보안을 강화할 수 있고, 카카오톡처럼 와이파이 환경에서 메시지나 사진 등을 주고받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폰에서는 RCS가 완전히 정착한 상태다.

그러나 애플은 “RCS는 우리의 우선순위가 아니고 아이폰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기능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자체 메시지 규격인 아이메시지를 고수하고 있다. 아이메시지는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맥북 등 애플 제품끼리만 연동된다. 애플은 아이메시지가 높은 보안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애플과 비(非) 애플 제품이 문자를 주고받을 때는 2세대 규격인 SMS·MMS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 때문에 아이폰으로 안드로이드폰에 사진·동영상 등을 보낼 경우 화질이 저하되거나, 특정 환경에서는 아예 전송 자체가 불가능한 문제가 있다. 게다가 UI(이용자 환경)에서도 아이메시지는 파란색 말풍선, SMS/MMS는 초록색 말풍선으로 명확히 구분된다. 두 플랫폼이 연동될 경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EU는 DMA 유예 기간이 시작된 지난 9월부터 게이트키퍼 기업들의 DMA 준수 여부 조사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아이메시지가 애플 수익에 간접적으로 기여한다는 가정하에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애플의 아이메시지 사용자 규모, 기업의 아이메시지 의존 정도, 아이메시지가 애플 사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EU 집행위는 내년 3월 DMA 규제의 본격 시행을 앞둔 2월까지 아이메시지 조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EU가 라이트닝 규격을 유지해온 애플의 고집을 꺾고 아이폰에 USB-C를 탑재시킨 전례가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에 안드로이드와 애플 사이의 연동 문제가 완전히 끝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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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