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앞 집회·시위 함부로 못한다"…집시법 개정령 시행

경찰이 용산 대통령실 인근 도로에서 열리는 집회·시위를 교통 소통 이유로 금지할 수 있게 됐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이 이 날로 공포·시행됐다.


▲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민주노총 경고파업 결의대회의 사전집회에서 건설노조의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번 개정령에는 집시법 제12조에 따라 관할 경찰서장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집회·시위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는 '주요 도로'에 용산 대통령실과 관저를 둘러싼 이태원로와 서빙고로 등 11개 도로가 추가됐다.

서초동 법원·검찰청 사거리, 강남대로 등도 새로 포함했다. 주요 도로의 내용을 바꾼 시행령 개정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최근 5년간 집회·시위가 개최되지 않았거나 교통이 과거에 비해 원활해진 기존 도로 12개는 제외됐다.

앞서 개정령은 대통령실이 지난 6월 진행한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 국민 참여 토론에서 도출된 결과를 기반으로 마련됐다. 당시 대통령실 국민제안심사위원회는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에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이용 방해 및 주요 도로 점검, 확성기 소음 등에 따른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개정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을 두고 정부가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시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경찰은 대통령 집무실을 대통령 관저로 판단하고 집회를 금지해 왔다. 이에 집회 주최 측은 법원에 집행정지를 청구하고, 법원이 '집무실을 관저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반복됐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은 시행령이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직후 성명을 내고 “이번 시행령 개악은 집회 참가자들이 집회 장소를 결정할 자유를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주요 관공서에 대한 국민 항의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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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