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교복 입고 중학생인척”...CCTV에 담긴 수상한 행적

▲ 교복을 착용한 정유정(좌측사진)

‘그것이 알고싶다’가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 사건을 파헤친다.


오는 17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는 ‘밀실 안의 살인자, 정유정은 누구인가?‘라는 부제로, 정유정의 정체와 범행동기에 대해 추적한다. ‘그알’은 특히 고교 졸업후 범행까지 5년 동안 정유정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주목한다.

정유정의 범죄는 지난 5월 27일 새벽 1시반께, 부산에서 한 택시기사의 112 신고가 접수되며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택시기사는 한 여성이 한밤 중 무거워 보이는 여행용 가방을 끌고 낙동강변 공원으로 가자고 했는데, 잠시 후 한결 가벼워진 가방을 끌고 나오는 모습이 뭔가 수상하다고 했다.

여성의 가방에서는 혈흔이 발견됐고, 경찰은 여성을 긴급체포했다. 공개된 여성의 정체는 23살 정유정으로, 그는 과외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20대 또래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까지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를 접한 정유정의 동창들은 깜짝 놀랐다고 했다. 조용하고 소심해 친구들과 별다른 교류는 없었지만 특별한 문제는 일으킨 적은 없었던 그가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소식이 충격이라는 것.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는 정유정은 왜 처음 만난 20대 또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마저 엽기적으로 훼손한 걸까.

CCTV에 담긴 수상한 행적


체포 직후 정유정은 영어 과외를 받고 싶어 피해자를 찾아갔다가 말다툼이 생겨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알’ 제작진이 입수한 부검 감정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의 사인은 다발성 자절창으로, 정유정은 준비해간 흉기로 피해자를 셀 수 없이 찔렀다.

또한 ‘그알’은 “제작진이 단독 확보한 CCTV 영상을 보면, 정유정은 범행 직전 중학생으로 보이기 위해 긴 머리를 잘랐고, 사건 당일 미리 구매한 중고 교복을 입고 중학생인 척 위장했던게 확인된다”고 했다.

‘그알’은 자칫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두 여성의 제보를 받았다. 과외 앱을 통해 영어 과외교사로 일하던 두 여성에게, 피해자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학부모라고 소개하며 정유정이 접근해왔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두 과외교사에게 ‘혼자 살고 있는지’ 그리고 ‘교사 집에서 과외받는 게 가능한지’ 물었던 것으로 보아, 정유정은 미리 계획을 세우고 대상을 물색했던 것으로 봤다.

‘그알’은 그런데 정유정의 모든 동선을 추적해 수집한 미공개 CCTV 속 그녀의 행적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피해자를 살해하고 유기하기까지 약 6시간 동안 택시로 20분 거리에 있는 자기 집에 세 차례나 오갔고, 곳곳의 CCTV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도 포착됐다. 정유정은 범행이 발각될 위험을 무릅쓰고 왜 이런 이상한 행적을 보인 걸까?


‘괴물을 만든 시간 5년’의 비밀은?
정유정은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거짓말하다가 돌연 범죄 수사물을 보고 살인 충동을 느껴 살해했다고 자백하더니, 현재는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범행동기에 대한 의문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다 보니 ‘신종 사이코패스 범죄’라거나 ‘은둔형 외톨이 범죄’라는 식의 단정과 오해가 퍼져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사한 범행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정유정이 동급생들과도 거리를 두고 자폐적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참혹한 범행을 저지르기까지 5년의 세월 동안 정유정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분석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정유정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지원했던 회사의 면접관은 그가 했던 거짓말과 기이한 행동을 기억하고 있었다. 면접관은 “(정유정이) 골프장 캐디에 지원했는데, 몇 마디 처음 나누자마자 사회생활은 많이 힘들다. 아마 성인이 돼도 힘들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정유정이 이번 살인사건을 저지른 배경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4일 부산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11일자로 만료 예정이던 정유정의 구속 기한을 오는 21일까지로 한 차례 더 연장하고 보강 수사를 하고 있다.

지난 2일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강력범죄수사부 소속 검사 3명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려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씨의 정확한 범행동기를 밝히기 위해 대검찰청 심리분석관을 투입해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서 조사한 정유정의 사이코패스 지수는 연쇄살인범 강호순(27점)보다 높은 28점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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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