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2등 103건 1곳서 당첨? 조작설 휘말린 현장 가보니

"공은 순서와 관계없이 번호만 맞으면 당첨됩니다. 추첨을 시작합니다. 공이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첫 번째 번호는 몇번일까요? 41번..."


▲서울 양천구 목동 복권시스템실

'비너스(Vebus)'라는 이름의 추첨 기계 속 45개 색색의 공들이 돌아갔다. 여섯개 공과 보너스공이 4~5초 간격으로 총 일곱개 공이 선정됐다. '로또 6/45'는 참여자가 1부터 45까지 숫자를 6개를 선정하면 판매점에서 이를 전산화한 종이에 기록해 숫자가 생성된다. 긁으면 결과가 바로 나오는 즉석복권과 달리 매주 토요일 저녁 8시35분 진행되는 생방송에서 추첨을 진행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8시35분경. 아무런 의미가 없던 숫자가 적힌 종이가 최대 400억원의 가치를 지니는 인생을 바꿔주는 티켓으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전국 성인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0.5%가 복권이 있어 좋은 이유로 '기대·희망을 가질 수 있어서'를 꼽기도 했다. 복권판매액에서 당첨금을 지급하고 남은 절반은 기금으로 형성돼 저소득층 아동·청소년 등을 지원하는데 활용된다.

이 같은 로또가 조작설에 휘말렸다. 지난 2월 한 복권판매점에서 2등이 103건 나오면서 조작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추첨기를 조작했다', '녹화방송이다', '복권발매단말기와 시스템 등을 조작해 당첨복권을 만드는 것이다' 등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뉴시스가 현장에 직접 방문했다.


로또 추첨현장에 앞서 기자가 방문한 곳은 복권 데이터를 저장 관리하는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복권보안시스템실이다. 전국 7800여개의 판매점에서 복권을 구매하면 해당 번호가 전용회선(폐쇄망)을 통해 전산화돼 저장된다. 서버가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이 시스템실이다. 메인시스템과 감사시스템은 목동에, 유사시를 대비한 백업시스템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다.


1층 보안데스크에서 신분증과 본인확인을 한 뒤 QR코드를 발급 받으면, 4~5번의 보안문을 거쳐 다소 냉랭한 6층 시스템실에 도착할 수 있다. 초록색 철조망 사시로 수십대의 서버들이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가운데 감사데이터에는 입장이 통제돼 있었다. 감사시스템과 같은 장소지만 동행복권은 입장권한이 없고 감사 관련 위탁업체에서만 접근이 가능하다.

동행복권 관계자는 "금융기관 수준 이상의 보안솔루션을 24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며 "데이터베이스(DB) 접근제어, 서버 접근제어, DB암호화 등 솔루션들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보관된 데이터는 수시로, 또 당첨번호 확정 전후로 서로 비교 대상이 된다. 로또 추첨 번호가 나온 이후에 1등 데이터를 생성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토요일 오후 8시가 되면 해당 주차 판매가 마감되면 파일 DB의 무결성 검증을 위한 해시(Hash) 값을 생성한다. 복권위 관계자는 해시값을 형성하는 과정을 '일종의 화석화'라고 소개했다. 해시값을 형성한 뒤 누군가 1비트(bit)라도 수정하려고 하면 전체 파일 자체가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로또복권 데이터는 8시13분까지 해당 주의 판매액을 검증하는데 이용된다. 1062회차 순판매금액은 1071억원이었다.

동행복권이 메인 DB와 백업 DB 금액이 일치하는지, 메인 DB와 감사시스템 금액이 일치하는지, 메인 DB와 File DB 데이터가 맞는지 확인한 결과 해당 주차에도 오류는 없었다.

논란이 되는 해당 데이터는 감사용 데이터와 함께 현재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이 아닌 외부 감리 업체가 이를 일·주 단위로 데이터가 일치하는 확인하는데도 이용된다.


그렇다면 로또 추첨에 사용되는 기계와 추첨볼 조작은 가능할까.
로또 추첨에 사용되는 기계는 프랑스에서 수입된 비너스라는 기계로, 전세계 40여개 복권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다. 비너스와 다섯개의 볼세트는 잠금장치로 봉인돼 있다. 동행복권과 MBC 추첨방송 담당자, 보안을 담당하는 경찰관이 함께 기계를 꺼내는 과정을 거친다. 매 회차마다 참관인들 20명이 참석한다.

이날은 20~30대 청년들, 중년 부부 등 다양한 참관인들이 두 시간 가량 일찍 생방송 현장에 대기해 추첨볼을 점검과 볼세트 선정을 맡았다. 추첨볼 무게는 둘레 4g에서 5%내외 오차를 보여야 하고, 둘레도 44.5mm 2.5% 오차범위 내에 있어야 사용 가능하다. 추첨볼들의 무게를 재는 과정과 비너스를 점검하는 과정 모두 참관인들의 참여 속에 이뤄진다.

언니와 참관인 신청을 한 84년생 여성은 "가끔 친구들끼리 편의점에서 로또를 사기도 하는데, 로또 번호를 연구하면 맞출 수 있다는 얘기가 있어서 호기심에 와봤다. 현장에 와서 보니 조작설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당첨볼의 추첨이 이뤄진 후 확정된 당첨번호는 8시45분 포털에 입력됐다. 8시50분에는 당첨금액과 당첨자수가 확인된다. 6개 당첨번호가 모두 일치해 1등 상금을 받는 경우는 7건, 1게임당 당첨금액은 38억193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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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