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기라고 항의했는데"…'원격 줄서기' 확산에 중장년층 혼란

원격 줄서기 앱 존재 몰라 무작정 현장 대기
예약 앱도 낯선 존재…전화 예약 불가한 곳도
인스타그램으로 휴무일 공지…헛걸음하기도

서울 한 식당 앞에 시민들이 식사를 위해 줄 서 있다


대전에 사는 60대 주부 A씨는 최근 한 지역 맛집을 찾았다가 민망한 일을 겪었다. 1시간 가까이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자신들보다 늦게 도착한 젊은 손님 두명이 먼저 자리를 안내 받은 것을 보고 항의하면서다. A씨는 "식당 주인에게 순서를 항의했는데 알고 보니 원격으로 줄을 서서 대기 없이 들어갔던 것"이라며 "아는 만큼 보인다고, 민망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격 줄서기로 식당 도착 전 미리 대기할 수 있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정 시간대 인파가 몰리는 맛집들이 해당 앱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원격 줄서기' 문화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식당과 손님 모두 편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앱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던 이들은 되레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앱 활용이 낯선 중장년층의 경우 달라진 줄서기 문화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식당 앞에서 대기하다가 발걸음을 돌린 적이 있다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직장인 B(51)씨는 최근 점심시간 회사 근처 인기 한정식집을 방문했지만, 식사를 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유명한 식당인 점을 감안해 오전 11시30분에 도착했는데, 손에 쥔 대기번호엔 60번이 적혀있었다.

B씨는 "식당 직원이 안타까워하면서 다음 번엔 앱으로 미리 줄서라고 말하더라"며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사회 흐름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이 서러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앱으로 예약을 받는 식당도 늘어나고 있다. 유명 맛집의 경우 전화 연결이 원활치 않고, 아예 앱으로만 예약을 받는 식당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전화 예약에 익숙한 이들에게 예약 앱은 줄서기 앱 만큼이나 낯설어 허탕을 치기 일쑤라고 한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C씨는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동네 이탈리안 레스토랑 줄이 매번 너무 길어서 예약하려고 매장에 전화하니 받자마자 끊더라"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앱에서만 예약이 가능하더라"고 하소연했다.

유명 맛집들이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쉬는 날을 공지하다 보니 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해 헛걸음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일산에서 서울로 빵집 투어를 다녀온 50대 주부 D씨는 "인터넷으로 휴무일을 찾아보고 갔는데 두 곳이나 문이 닫혀 있었다"며 "한 곳은 건강상의 이유로 하루 임시 휴무한다고 써 있었고 다른 한 곳은 운영 시간이 변경됐다고 한다. 딸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인스타그램에 공지된 내용을 캡처해서 보내주더라"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앱 효도'라는 말까지 나온다. 부모님이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앱 사용법을 잘 알려드리는 것이 효도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B씨는 "한정식집에서 허탕친 일화를 들은 대학생 아들이 날잡고 과외를 해줬다"며 "친구들에게 자랑했다"고 웃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