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언제까지 대통령 발목만 잡고 있을것인가.

지난 대통령 선거 이후 한국 정치를 조용히 흔들고 있는 것은 두려움이다. 첫째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처리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 대표는 대선 전부터 이런 두려움을 토로했다. “이번에 제가 (대선에서)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보내질 것 같다”고.

본인이 생각해도 과도한 프레임 같았는지 발언 이틀 뒤 ‘제 얘기가 아니라 검찰공화국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것이다’라고 물타기를 했다. 그러나 ‘감옥’ 발언 당시 “제가 인생을 살면서 참으로 많은 기득권과 부딪혔고 많은 공격을 당했지만 두려운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두렵다”는 말을 한 것을 보면 그의 두려움은 과장이 아니었다.

이재명의 두려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이 현실화하면서 고조됐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인천 계양을 지역구 출마를 통한 국회 입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 것이다. 처음 느껴본다는 그 두려움을 덮어 줄 방탄 갑옷의 첫 담금질을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뱃지를 달고 난 뒤 당대표 출마여부에 대해 온갖 추측이 쏟아질때 때마침 7월부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했다. 상대적으로 이재명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당 대표 출마부터 당선까지 그야말로 탄탄대로 였다. 지난 대선에서 1600만 표 이상을 얻은 0.73%포인트 차 2위에 이어 국회의원 배지, 의원 다수당 대표까지 ‘방탄의 3종 아이템’을 모두 마련한 것이다.

그러면 이제 이 대표의 두려움은 없어졌을까. 그럴리가. 지금 이 대표와 관련해 성남FC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허위사실 공표,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로 전개되고 있다. 배우자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에 장남의 불법도박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이 대표가 구속되거나 피선거권을 잃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당장 속으로 쾌재를 부를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정치권에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게 뻔하다. 직전 대선 2위이자 거대 야당 대표가 구속되거나 피선거권을 잃을 가능성은 낮을거라 보지만, 워낙에 여러건의 수사가 맞물려 있어 확실히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변호사 출신인 이 대표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문재인 정권 내내 아무렇지 않던 은수미 전 성남시장도 지난 주말 법정구속 되지 않았다.

이 대표가 이렇게 두려움을 느낄일이 생길 때 마다 ‘이재명 방탄당’ ‘방탄재명단’으로 똘똘 뭉쳐버린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난리가 난다. 이럴 때 민주당이 선택한 것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 물타기 전법이다.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정권 교체후 윤석열 정부의 수사기관들이 김 여사 관련 수사에 속도를 늦춘게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취임 4개월에 불과한 대통령의 부인을 죽자고 공격해서 어떻게는 꼬투리를 잡겠다는건 정치 도의상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에 대한 작은 의문이라도 제기하면 야당의 쓸데없는 착각이며 도발이라고 눈을 뒤집고 공격했던게 민주당 아니였던가.

여기에 윤대통령이 외교 순방에서 얻는 성과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없이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때 욕설을 했다며 연일 이것에 대해서 물고 늘어지고 있다. 덕분에 이 대표 수사진행 상황에 대한 뉴스는 저 뒤로 물러나버렸다. 참으로 교묘한 전략아닌가.

식상해서 언급하기도 싫은 단어지만 ‘내로남불’은 이제 제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이재명 방탄에 올인한 민주당에 정치 도의를 말하기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려 초장부터 윤석열 정부의 앞으로의 행보에 재를 뿌려 성공을 막고 이재명 대표는 현 정권에 핍박받는 지도자를 만들기 위한 심보임이 분명하다. 그만큼 이재명 사법 리스크의 대응이 다급하다는 반증(反證)이다.

이대표의 비리 의혹과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무엇보다 대통령 평가의 제1기준은 국정 운영이다. 그럼에도 전혀 별개의 문제를 한 냄비에 넣어 ‘섞어찌개’를 만드는 게 포퓰리즘 좌파의 오랜 수법이다. 문 정권 때 정치적으로 불리해지면 뜬금없이 ‘토착왜구’ 운운하며 친일몰이를 하거나,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한 걸 생각해보라.

그렇다고 민주당이 이런 물타기 전법을 구사해서 민심을 얻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윤 대통령이 난맥상을 거듭하고 국민의힘이 ‘윤핵관’ 논란과 이준석 쫓아내기 수렁에서 몇달을 허우적대는데도 민심은 민주당으로 가지 않았다. 민주당이 반사이익도 못 챙기는 건 국민이 보기에 정부·여당에 견줘 나을 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연일 계속되는 여야의 싸움에 서민들은 갈수록 더 고통받고 있건만 여야 정치권은 밥그릇 싸움에만 열중이다.

세계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경쟁으로 세력 균형 구도가 재편되고 있고,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에 따라 세계시장의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끝없이 오르는 집값을 견디다 못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과도한 대출을 안고 내 집을 마련했던 젊은이들은 급등하는 이자에 언제 집이 경매에 부쳐질지 몰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 월급은 그대론데 수입 물가 급등으로 생필품 가격은 수십 퍼센트씩 오르고 있고, 장마와 태풍으로 농산물 가격마저 크게 올랐다. 점심 한 끼는 물론, 커피 한 잔 사먹기도 버겁다. 상황이 이런데도 각종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비롯한 각종 부담금도 사정없이 올라 서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데, 자영업자들은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장사가 잘되어도 영업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고,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서울에서조차 학생이 없어 고등학교가 폐교되는 상황을 맞고 있지만 세계 최저의 출생률은 개선될 기미가 전혀 없어 국가 시스템 전체의 붕괴가 눈앞에 다가오는데, 인구 소멸을 피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정책 구상은 요원하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정책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하긴 입으로는 여야 모두 '민생'을 외치고 '협치'를 주장한다. 하지만 입 따로 행동 따로인 정치인들에게 민생과 협치는 모두 자신들의 민낯을 가릴 장식품일 뿐이다.

이제 다가오는 가을에는 여야가 누가 더 국민의 삶을 잘 보듬는지 국회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장면을 자주 봤으면 좋겠다. “민생이다” “포퓰리즘이다” 논쟁도 장내에서 뜨겁게 벌이면 된다. 개인을 표적으로 하는 ‘비호감’ 경쟁은 지난 대선으로 충분하다.


▲이우성 뉴스젠 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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