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도 내달부터 오른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동결

코로나19 장기화·물가상승률 감안
기준연료비·환경요금 인상만 반영
4인 가구 기준 월 평균 2120원 올라

정부와 한국전력이 다음 달부터 3개월간 적용되는 전기요금의 핵심 요소인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조치다. 다만 지난해 말 발표한 대로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이 상향되면서 다음 달부터 전기요금은 ㎾h(킬로와트시)당 6.9원 오른다.

29일 한전에 따르면 2분기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는 1분기와 같은 ㎾h당 0원으로 책정됐다. 현재 시행 중인 연료비 연동제는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으로, 조정 폭은 직전 분기 대비 ㎾h당 최대 ±3원 범위로 제한돼 있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다음 달부터 3개월간 적용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해 동결키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 한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한전은 2분기 실적연료비가 584.78원/㎏으로 기준연료비(338.87원/㎏)보다 72.6% 상승한 것을 근거로 ㎾h당 33.8원의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분기별 조정 상한 최대 폭인 ㎾h당 3원 인상안을 지난 16일 정부 측에 제출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적용 유보 의견을 통보했다.

정부가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한 배경에는 물가 상승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7%를 기록하는 등 5개월째 3%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제 연료 가격 상승 영향으로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요인이 발생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의 결정은 4월부터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과 기후환경요금 인상분(㎾h당 6.9원)이 전기요금에 적용된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전력량요금을 4월과 10월 2회에 걸쳐 ㎾h당 4.9원씩 총 9.8원을 올리고,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h당 2원씩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전기요금은 연료비 조정요금 인상 없이도 ㎾h당 6.9원 오른다. 4인 가구의 한 달 평균 전기 사용량(307㎾h) 기준으로 전기요금 부담은 약 2120원(부가세 및 전력기반기금 제외) 늘어날 전망이다.

연료비연동제는 발전원가 변동을 요금에 반영하자는 취지로 2020년 12월 도입됐지만, 유명무실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번에도 연료비 인상분이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한전의 적자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의 올 1분기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는 5조2799억원 적자로,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 수준을 보였다. 현 추세라면 한전의 올해 연간 적자 규모가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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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