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 시절 경기도, 커피 상품권 나눠준 공무원에 정직 처분..법원 "취소"

남양주시 공무원 A씨, 정직처분 등 취소 소송 승소
2년 전 경기도 특별조사 뒤 이재명 당시 지사 '부정부패' 규정

커피상품권 20장을 보건소 및 지원부서 직원들한테 나눠준 남양주시 공무원을 중징계한 행위는 '위법·부당한 처분'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 조광한 남양주시장 트위터 캡쳐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행정1부(재판장 오병희)는 남양주시 6급 공무원 A씨가 '중징계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라며 남양주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직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2020년 12월17일 원고에 대해 한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 및 징계부가금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경기도가 남양주시를 상대로 2020년 5월11일부터 열흘간 '소극행정 실태 특별조사'를 벌여 적발해 문제시됐다.

당시 도는 공문을 살펴본 결과 2만5000원짜리 20장 중 10장이 보건소 및 읍사무소 직원들에게 지급됐고, 나머지 10장은 남양주시청 소속 직원 10명에게 교부된 점을 문제 삼았다.

도는 "10명에게 총 25만원 상당의 커피상품권을 교부한 것은 무단으로 경비를 유용한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A씨를 중징계 처분하라"고 남양주시에 징계요구서를 보냈다.

같은 해 8월 이재명 당시 도지사는 자신의 SNS에 "코로나19로 격무에 시달리는 보건소 직원 격려용 50만원 상당의 커피 상품권 중 25만원을 남양주시 비서실 직원들이 횡령했다"면서 이 사건에 대해 '부정부패'라고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조광한 시장의 지시를 받고 조 시장의 업무추진비로 커피상품권 20장(50만원 상당)을 구입한 뒤 보건소 및 시청 직원들에게 나눠줬을 뿐인데, 중징계 사유인지 의문이라면서 반발했다.조 시장도 "2만5000원짜리 상품권을 나눠준 일이 과연 부정부패에 해당하는 것인가. 심한 모욕감과 충격을 받았다"면서 "2조6843억원을 재난지원금으로 선심쓰듯 통크게 뿌리는 도지사가 두 번씩이나 페이스북에 올릴 정도의 중대한 사안인가"라고 맞섰다.

같은 해 9월 경기도는 A씨가 제기한 '재심의 신청'을 기각했다. 두 달 후인 11월 경기도인사위원회는 징계심의위원회를 열어 A씨를 '정직 1월, 징계부가금 1배'에 처하는 의결을 내렸다.

도의 결정에 따라 징계권자인 남양주시장은 A씨에게 정직 1월과 징계부과금 25만원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해 A씨는 지난해 1월12일 경기도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3월 경기도 소청심사위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한달 뒤인 4월 A씨는 의정부지법에 소를 제기했고,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정당한 대상자들에게 적법하게 경비를 사용했다. 이 사건 행위가 예산을 유용하거나 회계질서 문란을 도모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지적은 이유가 있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경기도가 문제 삼는 남양주시청 직원 10명의 경우 이중 7명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비상상황 하에서 업무시간 외에도 일해왔고, 나머지 3명은 비상상황에 수시로 각 소속기관들을 돌며 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현장점검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남양주시장) 또한 원고의 예산집행이 남양주시장의 지시에 따라 고생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적법한 예산집행이었다는 입장이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수천만원에 달하는 변호사 비용을 쓰는 등 정신적·시간적·비용적 손해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시장은 지난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법원의 판결 기사를 공유한 뒤, “이재명 지사의 경기도는 저에 대한 보복 감사로 제 업무추진비를 이 잡듯이 뒤졌다”며 “법원이 ‘위법·부당한 처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적었다.


한편, 조 시장은 지난해 11월 한 유튜브 방송에서 경기도의 특별감사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며, 도의 감사에 ‘핍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방송에서 조 시장은 ‘하천·계곡 정비사업의 저작권 문제 관련 경기도가 납득할 수 없는 방식의 감사를 진행한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거의 짓밟혔다”면서, 시장직을 내려놓을지 고민할 만큼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계곡 정비 사업의 원조라 주장하는 등 당시 경기도 지사이던 이 후보와 수차례 대립각을 세웠다.

이보다 앞선 2020년 11월에는 경기도가 남양주시와 시 산하단체를 상대로 특별조사를 하겠다고 밝히자, 시의 재난지원금 지급이 지역화폐 지급 방침인 도와 달리 현금으로 이뤄진 데 따른 보복인 동시에 지방자치법 절차를 무시한 위법이라고 남양주시는 대응한 바 있다.

이처럼 조 시장이 ‘도가 보복감사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온 것과 관련, 이 후보는 지난달 25일 경기 남양주시 다산선형공원에서 행사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그 동네에서 물고 뜯는 것을 제가 굳이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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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