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자신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공무원·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사과문에 대해 “본인과 배우자가 아닌 ‘근무하던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긴 유체이탈 화법”이라며 “이 후보 측에 필요한 것은 ‘감사’가 아니라 ‘수사’”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면으로 낸 입장문에서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배우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며 “도지사 재임 시절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이 있었는지를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 진상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문제가 드러날 경우 규정에 따라 책임지겠다”고도 밝혔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청 감사관실 또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 씨는 경기도 비서실의 법인카드를 유용해 소고기 등을 구매한 의혹과 함께, 이 후보 부부를 수행했던 5급 공무원 배모 씨를 통해 7급 공무원 A 씨에게 약 대리처방, 음식 배달, 아들 퇴원 수속 등 사적 심부름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야당은 맹공을 퍼부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오전 선거대책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김 씨가) 국가에 봉사해야 할 공무원을 몸종 부리듯 갑질을 했다”며 “김혜경 방지법이라도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내고 “김혜경 씨는 당장 대국민 사과에 직접 나서고 감사가 아닌 수사에 응하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선대본 청년본부 직속으로 ‘김혜경 황제갑질 진상규명센터’를 출범했다.

이 후보 측의 해명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약 이름을 보니까 (폐경 치료제인) 리비알 XXX이더라”며 “배 씨는 결혼(2016년)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분으로 본인과 상관이 없는 약”이라고 말했다. 앞서 2일 이 후보를 수행했던 5급 공무원 배 씨는 7급 공무원 A 씨에게 ‘약 심부름’까지 시킨 일에 대해 “(김 씨가 아니라) 제가 복용할 목적이었다”며 “늦은 결혼과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로 남몰래 호르몬제를 복용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편 김 씨 관련 사건을 제보한 전 경기도청 비서실 소속 A 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