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신 NSC가 "北미사일 규탄"…'도발' 언급은 아예 없었다

2017년 이후 최장거리 미사일
합참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 발사… 비행거리 800km·고도 2000km ”

북한이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엄포를 놨던 모라토리움(핵실험 및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파기에 한 발 더 다가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공을 들였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에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북한이 오전 7시 52분쯤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 동해 방향으로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 거리는 약 800㎞, 고도는 약 2000㎞였다. 제원대로라면 2017년 발사한 화성-12형과 흡사하다. 미국령 괌 타격이 가능한 무기로, 북한이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시험발사 뒤 2018년 4월 스스로 모라토리움을 선언한 이후 발사한 최장거리 미사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올 들어 사나흘에 한 번꼴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지난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로 연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에서는 모라토리움 파기 검토를 결정하면서 ‘2017년 어게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북한은 2017년 핵실험과 함께 미사일 발사만 24차례 감행했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한다면 이는 곧 2018년 2월 평창 겨울 올림픽을 시작으로 남‧북‧미 간 연쇄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던 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 듯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직접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의 전체회의 주재는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른 외교‧안보 현안 점검 이후 처음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도 전체회의에서 “2017년도에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서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로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2017년 어게인’을 우려했다. 또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면 모라토리움 선언을 파기하는 근처까지 다가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바, 관련 사항들을 염두에 두고 논의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곧이어 열린 NSC 상임위원회는 북한의 IRBM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도전으로서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드디어 등장한 ‘규탄’…‘도발’은 없어
‘규탄’은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우려’ ‘유감’ ‘깊은 유감’ ‘매우 유감’ 등 유감만 반복했던 그간의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조차 대통령이 직접 한 게 아니라 NSC 상임위원회가 발표하는 형식을 취했고, 이번에도 역시 ‘도발’이라는 규정은 없었다.

청와대가 밝힌 문 대통령의 발언 중 북한을 향한 직접적 메시지는 “북한은 긴장 조성과 압박 행위를 중단하고 한‧미 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화 제의에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 정도였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지만, 대북 관여와 대화를 핵심에 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정신은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청와대의 고민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이후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도발에도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NSC 상임위원회 회의 차원에서 대응했다. 이날은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 자체가 이번 발사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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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