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전 서울서 사라진 20대여성..남자친구의 때늦은 '살인 자백'

"외도 의심한다" 여친 살해 후 암매장..공소시효 지나 처벌 못 해

▲ 미제사건. [연합뉴스 자료사진]
24년 전 서울에서 실종돼 행방이 묘연했던 20대 여성이 당시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최근 이 남자친구를 끈질기게 설득해 살인 자백을 받아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는 없게 됐다.

6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A(47)씨는 24년 전인 1997년 초 서울에서 후배 2명과 함께 여자친구 B(당시 28)씨를 차에 태웠다.

A씨는 그대로 차를 몰아 익산IC 부근에서 B씨를 무차별 폭행해 살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A씨와 후배 2명은 김제의 한 도로공사 현장에 시신을 암매장한 뒤 현장을 벗어났다고 경찰은 전했다.

미궁에 빠질 뻔한 이 사건은 후배 2명 중 1명이 A씨에게 돈을 뜯으려 한다는 첩보를 경찰이 입수하면서 실마리가 잡혔다.

경찰은 후배가 A씨에게 돈을 뜯으려 한 경위를 듣고서야 A씨가 벌인 살인 사건을 알아냈다.

오래전 일이지만, 공범 2명은 사람을 살해하는 데 가담했다는 '마음의 짐' 때문에 범행 경위를 상세히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었으나 경찰은 검찰을 설득해 A씨 신병 확보에 나섰다.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했고 경찰은 본격적으로 주범인 A씨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결국 A씨는 살인 혐의를 인정했으나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뒤였다.

A씨는 경찰에서 "B씨가 나의 외도를 의심해 화가나 범행했다"고 실토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김제의 공사 현장에서 지난달 시신 발굴 작업을 벌였으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경찰에서 이 사건을 수사한 한 관계자는 "강제수사가 아니고서는 시신을 찾을 수가 없어 검찰에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발부했다"며 "그런데도 오랜 시간이 지난 탓인지 시신을 찾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이 수사기관의 책무이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하더라도 수사를 진행했다"며 "형사소송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고 결정적 증거인 시신을 찾지 못해 A씨와 공범을 석방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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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