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이광철 자택 압수수색.. 혐의 구체화 했나

靑 압수수색 불발.. 오늘 다시 시도
'윤중천 허위 보고서 의혹' 수사
이규원 검사 '윗선' 파악 차원

▲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과 관련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압수수색도 함께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출범 6개월을 맞은 공수처가 청와대를 겨냥한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수사 향방이 주목된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20일 오전 청와대에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다. 공수처는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청와대 내부사정으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고 오후 6시30분 철수했다. 청와대는 이 비서관이 자리를 비워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가 이 비서관 자택 압수수색을 동시에 진행해 이 비서관은 자택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 비서관 자택에선 사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압수수색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청와대 경호처 직원 부동산 투기 의혹 등과 관련해 이뤄졌다. 그간 수사기관은 대부분 청와대 경내로 진입하지 않고 자료를 임의제출 받는 형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존 관례에 따라 수사에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며 “수사팀은 자료 확보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21일 청와대 압수수색 절차를 재개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었던 이규원 검사 사건을 수사해왔다. 이번 압수수색은 이 검사의 윗선 파악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비서관은 김 전 차관 재조사 과정에서 이 검사와 긴밀하게 접촉한 의혹을 받는다. 이 비서관은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로 이미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그는 지난 1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

이 검사는 지난 2018년 말부터 김 전 차관을 접대한 의혹을 받는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수차례 면담을 가졌다. 면담보고서에는 윤갑근 전 고검장 등 전현직 검찰 간부의 이름이 거론됐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보고서를 근거로 김 전 차관 사건 재수사를 권고했다. 하지만 검찰 재수사에서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윤 전 고검장 등은 무혐의 처분됐다. 이후 곽 의원 등은 이 검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곽 의원은 ‘김 전 차관 재수사는 청와대 기획사정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앞서 면담보고서에 허위·왜곡이 있었다고 보고 이 검사 등을 수사했다. 검찰은 이후 공수처법에 따라 이 검사의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공수처에 이첩했다. 공수처는 지난 4월 이 검사를 입건했고 세 차례 소환조사했다. 지난 8일에는 대검 검찰총장 부속실 직원인 A수사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A수사관은 이 검사가 윤씨를 면담할 때 배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주요 사건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도 받았던 공수처는 최근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가 앞서 검찰 수사를 통해 확보된 자료, 이 검사 소환조사 등으로 혐의를 구체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기 때문에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검사의 명예훼손 혐의는 공수처와 별도로 수사 중이다. 두 기관 간 수사상 필요한 부분은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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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