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친일파 논쟁에 대하여

 

지금 여권과 집권세력은 항일운동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기간 내내 일본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취해 왔고, 집권여당과 그 유력 대권후보들은 입을 열 때마다 친일청산을 외친다. 그 핵심 지지층들은 ‘가지 않겠습니다. 사지 않겠습니다’하면서 반일 불매운동을 펼치는 등 때 아니게 맹렬한 기세로 항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복리에 어떤 도움이 될까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친일청산은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문제다. 일본에게 40여 년 간 식민지 지배를 받았다는 사실은 무척 부끄럽고 창피스런 일이다. 따라서 나라가 일본의 지배를 받도록 협력한 친일인사들을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세우자는 주장은 매우 강력한 감정적 호소력이 있다.

문제는 어떻게 친일을 청산한다는 말인가. 어떤 사람은 해방 직후에 친일파를 청산해 버리지 못한 게 문제라고 한다. 적어도 반민특위의 기소대상 100여명이라도 처단했었어야 한다고 아쉬워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해방된 지 벌써 76년이 지났다. 일제지배에 협력한 친일파들은 이미 다 죽고 없다. 이제 와서 무슨 수로 친일파 청산을 한다는 말인가. 참으로 뚱딴지같은 소리다. 그 후손들이라도 찾아서 처단하자고? 이는 자유민주주의국가가 아닌 왕조시대나 독재국가나 하는 연좌제를 하자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근대사법의 3대원칙 중 하나가 자기 책임의 원칙이다. 사람은 자기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것이다. 조상님들이 무슨 짓을 했건 그 후손들을 연좌제로 처벌하자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소리다. 일부 정치인들이 친일청산을 소리 높여 외치는 배경에는 두 가지 복선이 깔려있다고 본다.


하나는 국내정치적으로 상대방을 친일파 또는 친일파의 후손으로 몰아 정치적 이익을 꽤하려는 것이다. 전형적인 국민분열 수법이다.
현 정권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끊임없이 국민을 분열시키고 그 반사이익을 노려왔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를 나누고, 어르신들과 젊은이들을 나누고, 여성과 남성을 나누고, 지역감정을 자극해 나누고, 그것도 모자라 상대방을 친일로 몰아 친일과 반일로 나눈다. 그래서 어느 한쪽의 지지만이라도 확보해 보자는 것이다. 이것은 잘못된 정치다.

정치의 대의는 국민통합에 있다. 분열과 갈등이 아니라 화합과 조화와 협력이다. 정파적 이익을 위해 대의를 희생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자 보면 어느 정파만 친일적 뿌리가 있는 게 아니다. 현 집권여당이라고 뭐가 다른가. 일제시대 중추원 참의를 지낸 사람부터 군청 과장한 사람이나 헌병 오장, 면서기 등 친일파 후손이 그 당에도 드글드글하지 않은가. 일종의 상대방에 대한 ‘낙인찍기’로 저열한 정치수법일 뿐이다.


다른 하나는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친서방 노선을 버리고 친중, 친북노선으로 가게 하려는 음험한 의도이다. 지금 세계는 미-일 대 중-러를 축으로 하는 신냉전의 구도가 전개되고 있다. 북한 공산정권이 친중, 친러 노선인 것은 불문가지이다. 미국은 대한민국을 포함한 한-미-일 동맹체제를 구성해 중-러-북 전체주의 세력에 대항하고자 하는 의도록 인도태평양전략을 짜고 있다.


여기서 가장 약한 고리가 한일관계다. 역사적 원한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공산주의 전체주의 세력연합인 중-러-북 노선으로 끌고 가기를 원하는 자라면, 우리나라 국민의 반일정서를 악용해 한일관계를 적대적으로 만들려고 시도할 것이다.


물론 외교관계란 유동적인 것이고 우리나라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노선이라도 취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주독립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럼 어떠한 노선에 서는 것이 우리나라의 국익에 부합한 것인가.
국가의 전략적 이익이나 자유민주주의국가로서 국민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같은 가치를 지닌 자유민주주의국가들과 더 가깝게 지내는 것이 옳은 판단이다. 국가의 안보를 지키고 경제적으로도 국제적 자유시장경제체제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미국, 일본, EU 등 서방의 편에 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에 와서 친일청산을 외치고 적대적 한일관계를 조성하는 행위는 국민통합이라는 대의에도 어긋나고, 자유민주 세계의 일원으로서 국가의 생존과 변영을 모색해야 한다는 국익에도 해롭다.
그럼에도 이런 주장을 하는 자는 종북, 친북 인사는 될지언정 국가의 지도자는 될 수 없다. 국민들이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선동에도 놀아나지 않는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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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