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그린벨트 12년만에 전면해제…수도권서 8만가구 공급

정부는 서울과 인접지역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8만 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는 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 서울 그린벨트 현황.

서울 지역의 그린벨트를 푼 것은 12년 만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정부는 우선 서울 및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 등을 활용한 신규택지 후보지 8만 가구를 내년까지 지정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1·10대책’에서 발표 물량(2만 가구)의 4배에 달하는 규모로 올해 5만 가구, 내년 3만 가구다. 올해 5만 가구 가운데 2만 가구는 신혼·출산·다자녀가구를 위한 분양·임대주택이 최대 70% 공급되도록 추진한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은 서울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수요가 많은 선호 지역이 상당 부분 포함된다”며 “서울 공급물량은 1만 가구 단위 이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는 전체 면적(605㎢)의 24.6%(149㎢)의 그린벨트가 있는데 서초구가 23.88㎢로 면적이 가장 넓다. 이어 강서(18,92㎢), 노원(15.90㎢), 은평(15.21㎢), 강북(11.67㎢) 등 주로 강북 지역에 넓게 퍼져있다. 정부는 구체적인 지역을 오는 11월께 발표할 예정이지만,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강남권 위주로 그린벨트 해제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북의 그린벨트는 대부분 산이라 (해제가 된다면) 강남권일 가능성이 높다”며 “얼마만큼 물량 공급이 가능하며, 시장안정효과를 얻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경기도와 인접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일산 등지의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신규택지 공급을 위해 서울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2009∼2012년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일대 등 5㎢를 해제했다. 문재인 정부 때도 수차례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에 나섰지만, 서울시가 반대해 무산됐다. 서울시가 협조해야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한 만큼 정부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하는 주택 유형과 방식을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오는 13일부터 11월 발표 때까지 서울 그린벨트 전역, 서울 인접 수도권 지역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할 방침이다.

다만 신규택지는 후보지 발표 이후 실제 입주까지 최소 10년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당장 들썩이는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카드는 아닌 셈이다. 진현환 차관은 "양질의 주택이 대량으로, 저렴하게 공급되기 때문에 대기자들이 당장 매수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차원"이라며 "주택 공급 여력과 기반을 다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와의 협의과정에서 들어보니 이번에 그린벨트 해제로 장기전세주택(SHIFT) 물량을 많이 공급하려는 의향이 있었다"며 "신혼부부 등 미래세대를 위한 주택 물량이 35% 이상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기존에 추진 중인 3기 신도시와 수도권 택지 등에서도 신규 택지를 발굴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3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기로 했는데, 여기서 2만 가구 이상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진현환 차관은 “3기 신도시의 유휴토지와 자족용지 비율이 너무 높아 이를 주택용지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라며 “쾌적한 주거 환경 유지를 위해서 현재 210% 수준의 용적률을 대폭 상향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도심의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정책의 패러다임도 바꾼다. 아예 재건축·재개발촉진법(가칭)을 새로 제정할 방침이다. ‘기본계획 수립→정비계획 수립→조합 설립→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착공·준공’으로 이어지는 현행 절차를 간소화하는 게 골자다. 기본계획과 정비계획,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을 동시에 수립하도록 허용한다.

역세권 정비사업지는 3년 동안 한시적으로 법적 상한의 최대 1.3배까지 용적률을 높일 수 있다. 역세권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면 최대 390%까지 용적률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기 위한 동의율 요건도 기존 주민 75% 이상에서 70% 이상으로 완화된다.

전세사기 등으로 침체를 겪는 비아파트 시장을 정상화하는 방안도 나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내년까지 11만가구를 신축 매입한다. 국토부는 “서울은 비아파트 공급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전월세 공공주택을 무제한 매입하겠다”고 말했다.

11만가구 중 5만가구는 ‘분양전환형 신축 매입’으로 공급한다. 새로 도입된 이 제도는 최소 6년에서 최대 10년 동안 임대를 제공한 후 임차인에게 우선 매각하는 것이다.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주택이 분양 전환될 수 있도록 빌라와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은 물론 아파트도 사들일 계획이다.

또 전용 60㎡ 이하 신축 소형 주택을 사들이는 경우 취득세·종부세·양도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기간을 종전 2025년에서 2027년까지로 연장한다. 기축 소형 주택은 등록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경우에 한해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아울러 1가구만으로도 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6년 단기 등록임대를 도입해 소형 주택 공급을 활성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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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