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 싶으면 출근하시라”더니…삼성전자 노조 집회, 고작 200명 모였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무기하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집회 참여 인원이 급감하면서 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11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8인치 라인 건물 앞에서 총파업 동참 홍보 집회를 벌이는 삼성전자 노조원들.

전삼노는 파업 5일차인 12일 평택사업장에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차질을 목표로 한 집회를 개최했다.

전삼노는 1차 총파업 3일차인 지난 10일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후 벽보·현수막 등을 내걸고 점심시간을 통해 전날엔 기흥사업장 8인치 생산라인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전삼노는 오는 15일 기흥캠퍼스, 16일 화성캠퍼스에 이어 온양캠퍼스 등 핵심 사업장에서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집회 참여인원은 총파업 초기보다 급감했다. 8월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는 노조 추산 4000~5000명, 사측·경찰 추산 3000여명의 조합원이 모였지만 전날 8인치 라인 건물 앞 집회에서는 350여명, 이날 집회에서는 200여명으로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8일까지 총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인원은 6540명이었다.


파업 동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HBM 생산 현장 집회를 통해 사측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BM 시장은 최근 AI 가속기 물량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 곳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하루 빨리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제품을 납품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품질 테스트가 진행 중이며 하반기 공급이 에상된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한발 뒤처지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도 HBM3E 양산에 나서며 바짝 추격해오고 있다.

HBM은 범용 D램과 달리 고객 맞춤형 특성이 강하다. 엔비디아나 AMD 등 빅테크 기업들과 긴밀히 협업해 성능, 용량 등 스펙을 맞춰야 한다. 또한 AI 시대를 맞아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생산 안정성이 중요하다. 총파업 이슈로 생산 차질 가능성이 제기되면 고객사와의 신뢰도 하락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편, 전삼노는 이번 파업으로 8인치 라인 3일간 생산량 감소, 8인치 지원 인력 파업, 8인치 물량 대폭 하향 조정 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8인치 라인은 수작업이 많아 상대적으로 인력 의존도가 높다.

이에 대해 사측은 현재까지 생산 차질 없이 정상적으로 라인이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정은 대다수가 자동화로 이뤄지고, 사측이 결원에 대해 대체 인력을 투입하고 있어 생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파업이 이어질수록 직원들의 반응은 냉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모인 비공개 커뮤니티에는 “작년 대규모 적자 이후 올해 겨우 반도체 경기가 좋아져서 이제 막 상승세를 탔는데 지금 시점에 파업을 해야하느냐”며 “노조에서 요구하는대로 라인 멈추면 있는 고객들마저 경쟁사로 떠날까 걱정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이정도 했으면 이제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정상적인 협의를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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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