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만 94만명인데”…아랍군대가 오합지졸인 이유

4차례에 걸친 중동전쟁에서 아랍국가들의 군대는 숫적으로 열세인 이스라엘 군에 번번히 어이없는 패배를 당했다. 최근에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 내전에 개입했지만 후티 반군을 제압하지 못하는 등 오랜 편견을 극복하지 못했다. 미국은 중동 내 안보 문제를 역내 국가들이 책임지길 바라지만 각국은 자국 안보 유지에도 허덕인다. 아랍국가의 군대는 무능과 무기력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 사우디아라비아의 군인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아랍국가 군대의 허약함은 돈이나 하드웨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걸프지역협력회의(GCC) 6개국가와 이집트, 요르단 등 주요 8개국의 군사비를 합하면 연간 1200억달러를 넘어선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30개 회원국이 지난해 3800억달러를 지출한 것을 감안하면 충분한 금액이라고 볼 수 있다.

병력 수도 94만4000명에 달하며 4800대의 탱크와 1000대의 전투기를 동원할 수 있어 무기가 부족하다고 볼 수도 없다.

문제는 막대한 국방비 중 상당부분이 불요불급한 무기를 사들이는 데 지출된다는 점이다. 이집트 주재 영국 국방무관이었던 폴 콜린스는 “아랍군대는 종종 그들이 직면한 비대칭 위협과는 전혀 무관한 전투기와 같이 과시용 장비를 구매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구매는 일반적으로 미국 등 서방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선택인 경우가 많다는게 안드레아스 크리그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원의 설명이다. 카타르가 통일된 정비, 조달 체계를 무시하고 F-15, 라팔,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모두 사들인 게 대표저인 예다. 사우디 아라비아 역시 지난 10년 간 무기 구입 비용 54%를 항공기 구입에 썼다. 공군력에 집착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육군과 해군은 소외받고 있다.

수십년 간 미국과 영국의 해양 안보에 의지해 온 이들 국가는 자국의 부가 상업 운송에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해군에 대한 관심과 투자 수준이 낮았다. 함대는 규모가 작고 대개 해안 방어에 집중돼 있다. 홍해에서 후티 반군이 활개치며 상선을 공격하는 데도 제대로 억지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가 지연되다보니 막상 해군력을 키우려해도 숙련된 인력이 없다. 카타르 해군은 이탈리아로 부터 7척의 새 군함을 주문했지만 필요한 갑판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기도 한다.


게다가 권위주의적인 아랍 국가 통치자들은 자기 안위를 걱정한 나머지 자국의 군대를 항상 의심하며 자율성을 부여하기를 꺼린다. 그러다보니 훈련은 보통 각본에 따라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실제 전장의 현실과는 동떨어지기 마련이다. 정예 병력은 국경을 지키기 보다 시민 봉기나 쿠데타로부터 지배층을 보호하기 바쁘거나 돈벌이에 역량을 집중하기도 한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젠 편집부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