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설’ 끓는 한동훈 전당대회 등판론… 당내 찬반 기류 팽팽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에 여의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10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1달도 되지 않았지만 전당대회 출마설이 사그라지지 않는 상황이다. 여전히 한 전 위원장이 여권 내 대권주자 1위로 꼽히는 거물인 만큼 그의 등판 시기에 관심이 집중된다.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 3일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취임으로 이르면 6월 말, 늦어도 7월에는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개최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당초 한 전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는 글을 올리면서 전당대회 불출마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전 비대위원들과의 만찬(4월16일), 당 사무처 당직자들과의 만찬(5월3일) 등 비공식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 만찬 자리에서 한 전 위원장은 전당대회 출마 여부 등 현안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정기적으로 보고 교류하자”는 등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위원장의 ‘비윤’(비윤석열) 이미지도 전당대회 출마설에 힘을 싣고 있다. 9일 치러질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이종배(충북 충주)·추경호(대구 달성)·송석준(경기 이천) 의원의 3파전으로 정리됐기 때문이다. 모두 관료 출신의 범친윤(친윤석열)계 후보인 만큼, 차기 원내대표와 ‘투톱 체제’를 이룰 당대표 만큼은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고 수평적 당정관계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이후인 지난달 19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찬 제안을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기 어렵다고 거절했다.

현재 보수 진영 내에서 유일하게 ‘팬덤’을 보유한 한 전 위원장이 당심과 민심 모두에서 유리한 구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패배 이후에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층과 일반 시민 모두에게 독보적인 범보수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그가 총선 지원 유세를 했던 가수 김흥국씨에게 감사전화를 한 사실과 온라인상에 퍼진 시민 목격담 등도 화제가 됐다. 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은 통화에서 “어떤 룰을 가져오더라도 한 전 위원장이 유리할 것”이라면서 “당이 더 망가지는 모습이 나오면 계속 러브콜이 들어올 것이다. 중도나 중원으로 소구력 있는 후보가 없다면 또 한 전 위원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통령을 배신한 사람”이라고 공격하자 지난달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며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 아바타’라는 낙인을 제거하고 윤 대통령에게 당당한 면모를 보이면서 향후 정치 활동을 재개할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전 위원장은 이달 들어 집 근처를 산책하는 모습이 지지자들에게 포착되고, 총선을 도운 가수 김흥국씨에게 감사 전화를 한 것이 알려지는 등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을 끌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영입해 수도권 등 험지에 공천했지만 낙선한 지역 조직위원장들은 그의 지원세력이 될 수 있다. 최근 이들은 ‘첫목회’를 만들고, 5·18민주화운동을 맞아 광주에서 원외 조직위원장 워크숍을 추진하는 등 세력화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1~2개월 남짓 남은 전당대회에서도 큰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번 당대표는 2026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쥐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가 된다면 지방선거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원외 조직위원장들과 정치적 이해관계도 맞다.

이들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한 전 위원장에게 지우고 당대표 출마를 막으려는 당내 흐름에 반발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 영입인사 1호이자 첫목회 창립멤버인 박상수 인천서갑 조직위원장은 이날 SNS에 ‘한 전 위원장의 이·조 심판론 때문’이라는 지적에 “개헌저지선까지 붕괴되려 할 때 전통적 지지층을 총결집시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했다. ‘한동훈 원톱 책임론’에 대해선 “우리가 민주당보다 쓸 수 있는 자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원인으로 삼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개헌선까지 무너질 뻔한 상황을 지켜낸 건 한 전 위원장의 공”이라며 “책임을 한 전 위원장에게 몰고 가서 대표로도 나와선 안 된다고 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의 한 원외 조직위원장도 통화에서 “여론조사를 해 보면 한동훈 책임이 10%도 안 되는데, 그걸 근거로 책임지기 위해 쉬라는 건 논리적 모순”이라고 말했다.

대선까지의 정치적 상황, 달라지지 않은 당의 모습이 한 전 위원장을 당대표로 불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출신의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전날 MBC라디오에서 “2년 후 지방선거고 3년 후엔 대선”이라며 “한 전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홀로서기를 할 이벤트가 전당대회밖에 없다”고 출마에 무게를 실었다. 김병민 전 최고위원은 같은 방송에서 “영남, 60대 이상의 올드한 느낌이 총선 참패 후에도 변한 게 없다. 48년생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과거 느낌이지 미래 느낌은 아니다”라며 “당의 한가로운 모습이 불거진다면 한동훈 본인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통화에서 “한 전 위원장이 총선 전에 ‘이종섭 대사 파견’,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대통령실에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여러 차례 메시지를 전달한 걸로 안다”며 “적어도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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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