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회담, 이태원특별법 첫 결실…'채상병 특검' 여전한 뇌관


여야가 1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의 일부 핵심 쟁점을 수정,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오랜만에 국회에서 대치가 아닌 협치의 정치가 구현됐다.

특히 이번 합의는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난달 29일 회담을 통해 물꼬가 트였다는 점에서 향후 '포스트 총선 정국'에서 여·야·정이 협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인다.


이태원특별법은 2022년 10월 29일 159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의 재조사를 위해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구성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반대 속에 야당 주도로 지난해 6월 국회법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되면서 작년 말 본회의에 부의됐다.

이어 올해 1월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특별법을 단독 처리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고, 국회로 돌아온 이 법안은 총선 국면 속에 표류하다가 이달 말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맞물려 폐기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컸다.

그러던 중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양자 회담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됐다.

이 대표는 이태원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달라고 요구했고, 윤 대통령은 "사건 조사나 재발 방지, 유족 지원 등에는 공감한다. 다만 법리적 문제 부분이 있기에 이를 해소하고 다시 논의한다면 무조건 반대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여야 원내 지도부가 협상에 착수했고, 국민의힘 이양수·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가 실무 협상을 벌인 지 하루도 안 돼 이날 오후 합의 처리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거론했던 '법리적 문제'는 여권이 이태원특별법의 '독소 조항'으로 지목해 온 특조위의 직권 조사 권한 및 압수수색 영장 청구권이다.

여야는 협상 끝에 이들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대신 특조위 운영의 주도권은 야당이 갖게 됐다. 여야 '합의'가 아닌 '협의'를 통해 야당 출신의 국회의장이 특조위원장을 추천토록 한 것이다. 특조위가 1년간 활동하되 3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야당의 요구도 관철됐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담 이틀 만에 여야가 이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에 대해 '협치'의 의미를 부각했다.

여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통령실 의지가 컸다"며 "(계기가) 윤 대통령과 이 대표 회담에서 비롯됐고, 그것으로 좀 (성과를) 만들어 보자고 한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여야 합의로 통과된 모든 법률안에 대해 존중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과 이 대표 회동이 물꼬가 돼서 여야가 협상을 다시 한번 시도해 (특조위 권한에 대해선) 민주당이 통 큰 양보를 했고, 위원장 추천은 우리가 크게 양보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총선 민의를 받들고 유가족의 바람대로 하루라도 빠른 진상 규명을 위한 결단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여야 합의대로 이태원특별법이 2일 본회의에서 처리되더라도 정국의 '뇌관'은 남아 있다.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이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이태원특별법과 함께 2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합의되지 않은 법안을 처리하는 본회의 개의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특검법 등을 강행 처리할 경우 표결에 불참할 태세다.

윤 대통령은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률안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는 여야 합의 없이 통과한 법안에 대해선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결국 이태원특별법이 처리되더라도 민주당이 특검법까지 강행 처리할 경우 국민의힘 반발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어지면서 정국이 다시 급랭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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