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국명 OOO으로 바뀐다?…힌두 황제 노리는 모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3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모디가 이끄는 인도인민당은 외교·경제 성과에 더해 힌두 민족주의를 앞세워 다른 당을 압도하고 있다. 이대로면 인도의 국부 자와할랄 네루에 이어 인도 역사상 두 번째 장수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인도 정치의 종교화가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 14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가 ‘모디의 약속’이라는 제목의 정채 공약집을 들고 있다.

인도는 19일(현지시간)부터 총선 투표를 시작했다. 인도 총선은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치러지는데 개표는 6월 4일 한다. 현재로선 모디의 재집권이 확실하다. 인도인민당은 경제 고속 성장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등 성과를 내세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16일 공개된 인디아 TV-CNX 여론조사에서 인도인민당은 총 543석 중 393석(72%)을 얻어 인도 선거사상 가장 큰 승리를 거둘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외교적 성과에 더해 모디의 또 다른 인기 비결은 ‘힌두트바’, 힌두교·힌두민족 근본주의다. 모디는 민족봉사단(RSS)에 가입하면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RSS는 마하트마 간디 암살 배후에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초강경 힌두민족주의 단체다. 모디는 독신자만 회원으로 받는 RSS에 가입하기 위해 아내와 별거했는데 그는 ‘미혼 수행자’ 이미지를 앞세워 인기몰이를 했다. 그는 구자라트 주지사를 지내던 2002년 힌두교도가 이슬람교도(무슬림)을 학살할 때 이를 방조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모디는 총리가 된 후에도 힌두트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올 초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야에서 열린 힌두교 사원 ‘람 잔마부디 만디르’ 개관식에 참석한 게 그 상징적인 장면이다. 힌두교에선 람 만디르를 람 신이 태어난 성지로 여긴다. 이슬람 국가인 무굴제국 시절이던 1529년 이슬람 신자들은 이곳에 있던 힌두교 사원을 허물고 바브리 마스지드란 모스크를 지었다. 1992년 이번엔 힌두교 신자들이 모스크를 파괴하고 람 만디르를 다시 지었다. 수백년에 걸친 종교 갈등 끝에 람 만디르가 다시 지어진 현장에 모디가 참석했다는 건 그가 누구 편인지를 보여준다. 모디는 이 자리에서 “오늘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다”며 람 마디르를 “인도의 비전·철학·방향이 담긴 사원”이라고 불렀다. BBC 등 외신을 이날 행사를 모디의 3선 출정식이라고 평가했다.

모디와 인도인민당의 힌두트바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무슬림이 많은 잠무 카슈미르 지역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무슬림 난민을 인도에서 추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인도인민당은 공공연히 무슬림 혐오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엔 무슬림 남성과 힌두교도 여성이 결혼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도 추진하고 있다. 모디가 집권 직후 요가와 전통의학을 담당하는 요가부(部)를 만든 것도 자신의 힌두트바 정책에 평화로운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정책에 힌두교 신자들은 환영하고 있다. 인도인민당과 그 지지자들은 모디를 ‘신들의 왕’, ‘힌두 흐르데이 삼라트’(힌두 정신의 황제)이라고까지 부른다. 모디의 지지자인 사티시 아흘라니는 “힌두인이 되는 건 우리의 정체성이다. 이것이 우리가 힌두 국가를 원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1971년 힌두 근본주의 단체인 인도국민의용단(RSS)에 가입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RSS는 1925년 이탈리아 파시즘에 기반해 설립된 곳으로, 마하트마 간디 암살 배후로 지목받는 과격 단체다. 이 단체는 인도가 힌두국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16~19세기 인도가 이슬람 무굴제국 지배를 받은 것을 치욕으로 여긴다. 모디 총리는 구자라트주에서 RSS 조직책을 맡았고 이후 RSS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BJP에 입당했다. 그는 당내 여러 요직을 담당하다가 사무총장까지 올랐으며, 2001년 구자라트주지사에 임명됐다. 이후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투자 유치로 인도에서 가장 낙후됐다고 평가받아온 구자라트주를 잘사는 지역으로 탈바꿈시켰다. 그가 총리에 선출될 수 있었던 것도 이때 성과가 크게 작용했다.


모디 총리는 힌두 민족주의에 대해 강한 신념을 보여왔다. 그는 2002년 구자라트주 고드리에서 벌어진 힌두교 신자들과 무슬림의 유혈 충돌 사태 때 사실상 힌두교 신자 편을 들었다. 당시 원인 모를 열차 화재로 힌두교 순례자 59명이 사망하자 과격한 힌두교 신자들이 무슬림 소행이라며 폭동을 일으켜 무슬림 1000여 명을 학살한 일이 있었다. 모디 총리는 "폭동을 진압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힌두교 신자들은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구자라트주 폭동 사태에 대한 모디 총리의 책임론을 제기한 BBC 다큐멘터리 방영을 금지하기도 했다.

모디 총리는 영국 식민지배를 경험한 적이 없다. 역대 총리들처럼 영국 유학은커녕 어학연수도 가지 않았고 영어보다 구자라트어와 힌디어를 주로 사용한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인도 전역을 떠돌며 유명 힌두교 사원에서 힌두교 대가들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이른바 힌두트바(힌두 민족주의) 정책을 적극 추진해온 것도 이때 경험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인도 대신 바라트라는 국명을 사용했는데, 이는 힌두교 신화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모디 총리의 요가 사랑도 힌두트바와 관련 있다. 그는 매일 '새벽 요가'로 하루를 시작하고, 정부에 요가와 전통의학을 담당하는 요가부까지 만들었다.

재임 10년 차인 모디 총리 지지율이 80%에 달하는 만큼 BJP 승리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모디 총리는 인도 경제를 세계 5위로 끌어올리고, 국민 1억 명 이상을 중산층에 편입시키는 등 눈부신 성과를 거둬왔다. 실제로 인도 경제는 순풍에 돛을 단 듯 잘나가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둔화에도 인도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 경제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세계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비중이 현재 16%에서 2028년 18%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신용평가사 S&P글로벌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인도가 10년 내로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IMF도 2027년 인도가 경제 규모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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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