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청래에 '자객' 내세운 한동훈…수도권 판 흔들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수도권 시·도당 신년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을 겨냥한 '자객 공천' 방침을 연일 밝히면서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 판을 뒤흔들어 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참패한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필승 선거 전략 중 하나로 '자객 보내기'를 택한 셈이다.

수도권에서도 민주당의 핵심 인물들이 자리한 주요 거점에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여권 인사를 보내 분위기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17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 인사말에서 마포을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정청래 의원을 정조준했다.

한 위원장은 "개딸 전체주의, 운동권의 특권 정치, 이재명 사당으로 변질된 안타까운 지금의 민주당을 상징하는 얼굴이 정 의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자질 논란과 부적절한 언행에도 마포을에서는 민주당이 유리한 곳이니 이번에도 어차피 정청래가 될 것이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쩔 수 없지 않다. 왜냐하면 총선에서 김경율이 나서겠다고 하기 때문"이라며 김경율 비대위원을 정 의원의 맞상대로 직접 지목했다.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에 대해 "김경율 회계사는 진영과 무관하게 공정과 정의를 위해 평생 싸워왔다"고 소개하며 김 비대위원을 무대 위로 불러 세웠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5일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선 수원 출마를 선언한 방문규(수원병)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수정(수원정) 경기대 교수와 무대 위에서 악수해눠 눈길을 끌었다.

당시 다른 수원 지역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사회자의 소개에 맞춰 무대 위로 올라와 인사만 하고 내려갔지만, 당 영입 인재인 방 전 장관과 이 교수는 무대 위로 올라와 한 위원장과 악수했다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선 공천 과정에서 방 전 장관과 이 교수에게 힘이 실리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 위원장이 자객 공천 방침을 밝힌 지역에는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이 있는 곳도 있어서 일부 반발도 나오고 있다.

마포을의 경우 현재 김성동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으로 있다.

이날 서울시당 신년인사회 현장에 있었던 김 당협위원장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당협위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이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공정한 심사가 되겠는가"라며 "불공정하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수원병 출마를 준비하던 김용남 전 의원은 지난 12일 탈당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추진하는 '개혁신당'에 합류했다.

탈당 배경을 두고 당에서 방문규 전 장관의 수원병 출마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자 이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작용한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경율 비대위원의 전략공천 가능성에 선을 그으며 "공천은 시스템에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기는 공천도 중요하다"며 "명백하게 져 왔던 험지에서 초반에 나서주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전날 자신이 김 비대위원에게 마포을 출마를 요청해 수락 의사를 받아냈다고도 설명했다.

김 비대위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한 책 '조국 흑서'를 공동 집필했다.

마이크를 잡은 김 비대위원은 "당과 한 위원장이 저에게 낡은 시대와 이념을 청산하라는 과제를 준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며 마포을 출마 의지를 밝혔다.

한 위원장은 전날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도 인천 계양을이 지역구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맞상대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직접 소개했다.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해 온 원 전 장관은 "제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며 승리 의지를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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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