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부터 제로 콜라까지…여의도 상륙한 '한동훈 X세대 스타일'

여의도 데뷔전을 치르고 있는 '한동훈 스타일'이 화제다.

직접 쓴 취임 연설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가사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남긴 명언을 동시에 녹여냈다.

앞서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5천만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며 대중 친화적 소통을 공언했던 한 위원장의 색다른 시도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주목된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세번째)과 영남지역 국회의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취임 연설에서 '국민'을 대체한 '동료 시민'이라는 표현은 한 위원장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기세다.

영미권 국가에서 주로 사용되는 'fellow citizens'의 개념을 직역한 표현으로 보인다. 존 F. 케네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들의 연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한 위원장은 전날 10분 분량의 연설에서 10차례 '동료 시민'을 반복했다.

28일 첫 공식 출근길에도 등장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 등원길 기자들에게 '세대교체론' 관해 답변하며 "열정과 동료 시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선의에는 나이의 제한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프로기사 이창호 사범, 미 권투선수 조지 포먼, 영화감독 앨프레드 히치콕 등 세대와 분야를 아우르는 대중문화예술 인사들을 거론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평소 한 위원장의 발언 속에는 동서양을 막론한 역사 속 명언·명구가 자주 등장한다.

앞서 지난 19일 "세상의 모든 길은 처음엔 길이 아니었다"며 중국 대문호 루쉰을 인용해 비대위원장직 수락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

전날 취임 연설에서도 "야당의 폭주를 막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낄 만하다. 저는 용기 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는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이다'(Fear is reaction. Courage is decision)는 처칠 전 총리의 2차 세계대전 당시 연설 발언을 차용해 '거야'(巨野) 투쟁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대중 친화적 이미지를 구축하며 기성 정치권, 기득권 세력과 차별화 하는 시도라고 해석된다.

취임 연설은 말미에 '서태지와 아이들' 노랫말을 차용한 것도 신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위원장은 "여러분, 동료 시민과 미래를 위한 빛나는 승리를 가져다줄 사람과 때를 기다리고 계십니까. 우리 모두가 바로 그 사람들이고,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했다.

히트곡 '환상 속의 그대' 속 '무엇을 망설이나, 바로 지금이 그대에게 유일한 순간이며 여기가 단지 그대에게 유일한 장소이다'는 부분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3년대생인 한 위원장이 동시대 대중문화의 상징 격인 서태지와 아이들을 활용해 X세대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야권 주축인 86세대와 대비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의 남다른 '일상'도 비슷한 맥락에서 줄곧 화제를 모은다.

한 위원장은 일찌감치 패션은 물론 음료 취향까지 장관 시절부터 그야말로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을 끌어왔다.

그는 제작이 까다롭고 커프스링크 등으로 구색을 맞춰야 하는 셔츠라든지, 맞춤복 형태의 재킷을 자주 입는다. 브랜드 로고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확실한 취향을 보여준다고 해서 최근 이른바 '올드머니룩'으로 통하는 스타일이다.

술을 즐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한 지명자는 '제로 콜라 마니아'로 통한다. 지난해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면서는 저지방 바나나 우유를 든 모습이 포착됐고, 당시 제조사의 주가가 반짝 급등해 또다른 화제를 낳았다.

다른 한편으로 언론을 응대하는 방식 역시 '변화'가 감지된다.

그는 이날 등원길에 마주한 기자들을 향해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불쑥 말했다. 주요 정치인을 향해 매일 같이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대한 부담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 19일에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민주당이 나한테 꼭 그걸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니던데"라고 말했다.

취임식 현장에서도 이례적으로 미리 질문 주제를 묻고 질문자와 순서까지 정했다.

국민의힘 측은 '방송 라이브 연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 등 이유를 들었지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취재진과 상호 적극적으로 질의응답에 임하는 기존 정치권의 언론 대응 방식과 차이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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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