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금품 살포·수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사진)이 "한때는 동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저한테 덤터기를 씌웠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김정곤·김미경·허경무 부장판사) 심리로 23일 열린 민주당 돈봉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씨는 "'제가 밥값이 없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마련해줬다는 식으로, 인신공격적으로 덤터기를 씌울 수 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전 상임감사위원에게는 검찰 대질신문 당시 사과를 받았다면서 "기회가 있다면 이성만 의원과 조택상씨에게도 녹취서를 보여주고 사과를 꼭 받고 싶다"며 "내 죄는 적게 하고 발뺌하고 싶은 게 인간의 심리겠지만 하루 아침에 표변하는 태도를 보인 것에 책임을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이날 오전 내내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송영길 캠프 사람들이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분개한 모습이었다.

또 자신이 맡았던 조직본부장이라는 직함에 대해 "선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이지만 타의에 의해 맡게 됐고,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특히 박용수 전 당대표실 보좌관에 대해서는 "캠프에서는 후보한테 어떤 실무적인 일들을 모두 결정하거나 지시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는다. 그 역할을 누군가는 일정 부분 대신 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박용수 보좌관이 했던 것"이라고 직격했다.

박씨가 이전 공판에서 자신은 실무적인 역할만 했을 뿐이라고 한 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이씨는 또 자신을 수사하던 검찰에 임의 제출해 이 사건 수사로 이어진 각종 녹음파일이 증거로 사용되는 점에 불법성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은 강씨와 박씨가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과 공모해 국회의원과 경선캠프 지역본부장·지역상황실장에게 9400만원의 금품을 살포한 사건이다.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받고 있던 이씨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서 관련 내용을 검찰이 포착하면서 송영길 캠프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