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가 “지면 정치생명 ‘끽’” 말했던 계양을…단식 투쟁에 “힘내라” VS “할 말이 없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대권을 노렸던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 후보로 나서 여의도에 입성했다. 이곳을 지역구로 둔 같은 당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후, 민주당이 ‘전직 지사’ 신분이던 이 대표를 전략공천 하면서 국회로의 길이 열렸다.
이 대표는 당의 전략공천 수락 연설에서 “모든 결정을 전적으로 따르겠다”며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고 민심의 바다에 온전히 저를 던지겠다”고 계양을 출마를 만천하에 알렸었다. 더 나은 국민의 미래를 위해 힘겨운 선거에 나선 같은 당 후보들과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해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함께 밝히면서다.
지역구 유세 중 시민들에게 “이번에 이재명 지면 정치생명 끝장난다”는 농담 아닌 농담과 함께 손으로 자신의 목을 ‘끽’하고 긋는 동작을 취한 일화는 영상으로도 남아 있다.
계양을을 지역구로 국회에 입성한 ‘이재명 의원’은 불과 두 달여 후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77.77%라는 득표율로 단숨에 당 대표 자리에 올라 제1야당 수장이 됐다. 비주류 출신으로 0.5선이라는 별명을 갖고 단박에 이룬 성과였다. 바야흐로 ‘친문(친문재인)’에서 ‘친명(친이재명)’으로 당의 주류가 급속히 재편됨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달 31일 당 대표 취임 1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겠다며 돌연 ‘무기한 단식 투쟁’을 선언한 이 대표의 ‘사즉생 각오’는 그의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일찌감치 등장했었다. “재집권을 위한 토대 구축이라는 이 막중한 임무에 실패하면 저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난다는 사즉생의 정신으로 임하겠다”며 “살을 깎고 뼈를 갈아 넣는 심정으로 완전히 새로운 민주당을 만드는 데 저 자신을 온전히 던지겠다”던 1년 전 발언에서다.
정치권에 큰 물결을 그린 이 대표의 취임 1주년과 맞물려 시작된 단식 투쟁을 향한 지역구 민심은 최근 엇갈리는 분위기다. 일부는 안타까워하지만 일부는 무관심한 듯한 시선을 보내고 있어서다.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1·2차 검찰 소환조사, 차고 넘친다는 증거는 어디 있느냐’며 ‘지역구 걱정은 잠시 접어두시고 정권과 그 정권의 정치검찰과 싸워 달라’는 내용의 글이 최근 올라왔다. 민주당 계양을 지역위원회가 작성한 것으로, 이들은 이 대표의 단식 투쟁 8일째인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마련된 투쟁 천막을 찾아 ‘이재명 힘내라’고 적힌 걸개를 들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단식 투쟁 4일째인 이달 초 일찌감치 일부 계양구민이 투쟁 천막을 찾아 응원했으며, 이 대표도 ‘고맙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에도 계양구 당원들이 천막을 방문하는 등 국회 내 당 대표실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이 대표를 향한 주민들의 응원은 이처럼 계속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이 대표의 단식 투쟁에 무관심한 듯한 반응도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나온다. 지역구에 신경 쓰거나 건설적인 의정 활동을 펼치기보다는 정쟁에 매몰된 현실을 단식 투쟁으로 풀어나가려는 모습이 좋은 결정은 아니라는 뉘앙스다.
이 대표 지역구 사무실이 있는 인천지하철 1호선 계산역 인근에서 만난 한 식당 업주는 “요즘 손님 사이에서 이재명 대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며 “전보다는 관심도가 줄어든 것 같다”고 귀띔했다. 대선 후보로 국민적 관심사를 받았던 인물의 국회의원 당선으로 지역 발전을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작금의 현실이 예상에 미치지 못해 관심이 희미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요즘 이재명 대표를 보는 계양 민심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할 말이 없다”던 인근의 또 다른 업주 답변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비쳐 다소 피로감을 드러낸 듯도 했다.
세계일보가 이날 이 대표 지역구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내부에는 이 대표 지지자 혹은 지역 당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소수 눈에 띄었으며, 대선 후보 시절 내세웠던 ‘너를 위해 나를 위해 이재명’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도 출입구 근처에 여전히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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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