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도 외쳤다 "反대한민국 역사관 청소"


'86세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제78주년 광복절을 맞아 과거 운동권의 세계관과 역사관에서 벗어나 미래 세대가 새판을 짤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의 모임인 '민주화운동 동지회'를 발족했다. 이들은 지난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하며 "운동권을 설거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5일 민주화운동 동지회는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임을 정식 출범했다. 서울대 삼민투 공동위원장으로 1985년 미국 문화원 점거를 주도한 함운경 씨가 대표를 맡았고, 부마민주항쟁으로 구속됐던 주대환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 부회장과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총장 출신인 민경우 대안연대 상임대표가 사무총장을 맡았다.

함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운동권 세력에 대해 "우리가 만든 쓰레기는 우리가 치우자"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가 젊은 시절에 벌였던 잔치판을 설거지해 다음 세대가 새 잔치를 벌일 수 있도록 하자"며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 담긴 반대한민국적인 역사 인식부터 치우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이 인류 보편의 가치를 버리고 반미·반일 프레임에 갇혀 북한의 신정(神政) 체제에 관대하고, 북한 인권 문제에 무관심한, 이해할 수 없는 모습도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운동권이 정당정치까지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함 대표는 "우리나라 정당정치와 의회민주주의가 근래에 와서 오히려 후퇴하는 데 민주화운동 세력이 큰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며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오래됐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자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86그룹 운동권 출신 인사들을 비롯해 이들과 뜻을 함께한 청년 등 100여 명이 자리했다. 이들은 운동권 정당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해 화살을 돌렸다. 특히 민주화 세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한 데 대해 위선이라고 직격했다.

과거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기정 씨는 이날 "조국 사태 때 민주화 세력이라는 이들이 민주화운동을 팔아먹어 자부심을 잃었다"고 했다. 전문의인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는 "호남 출신으로 민주당이 옳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정권이 나라를 망쳤다"고 말했다.

함 대표는 "지난 정권의 무능과 일탈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민주화운동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자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로 내세워 다음 세대를 속이려 했다"고 지적했다. 함 대표는 자신이 언급한 대통령 후보가 이 대표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최근 한 유튜브에서 "(민정수석 때) 아무것도 안 한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되고 실세라는 게 진짜 웃긴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함 대표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들을 대한민국을 긍정하고 발전시키자는 노선으로 바꾸기 위해 토론회나 강연회를 이어갈 생각"이라며 "과거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잘한 것과 못한 것을 구분하고 얘기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러브콜'에 대해선 "그다음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사단법인 '전국민주화운동동지회'는 전날 민주화운동 동지회에 공문을 보내 "결성 과정에서 민주화운동 동지회라는 명칭의 사용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단체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관련자로 인정받은 사람들이 모여서 2020년 창립한 비영리법인이다.

함 대표는 "경쟁 상대를 인정하고 사실과 과학에 기초해 건설적인 토론과 합의를 따르는 정당정치와 의회민주주의 복원을 지지하며 대결과 증오를 부추기는 세력을 축출해야 한다"면서 최근 극한 정쟁을 벌이는 여야를 의식한 발언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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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