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뭐하다가’… 잼버리 파행, 결정적 이유 세 가지

영국 미국 등 일부 참가국의 퇴영, 부실한 준비 등으로 국제적인 이슈가 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6년의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이를 총괄 지휘할 컨트롤타워 부재,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 예행연습 무산 등으로 실패가 이미 예정됐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비한 기반시설에 대한 끊임없는 지적에 ‘스카우트 정신’만 앞세우다 파행을 키웠다는 목소리도 높다.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한 미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6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지에서 조기 퇴영을 위해 짐을 옮기고 있다. 대표단 4400여명을 파견한 영국은 서울로 철수했고, 미국 대표단 1500여명은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캠프험프리스로 이동했다.

우선 6년 전 잼버리 개최지로 새만금이 확정됐는데도 행사가 파행한 주원인은 대형 국제행사에 실질적인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점이 꼽힌다. 우리나라는 5명의 공동위원장 체제로 대회를 준비했다. 당초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체제였으나 올 2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3명이 추가로 선임됐다. 그런데 3개 부처 장관이 공동으로 맡다 보니 누구도 나서서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됐다.

특히 여가부는 2020년 7월부터 주무부처 자격으로 위원장을 맡아온 만큼 이번 사태의 직접적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장관은 탄핵 의결로 장기간 직무정지 상태였다. 이 장관이 현장점검에 나선 것은 대회 개막 3일 전인 지난달 29일이었다.

여기에 야영장이 간척지로 쉴 그늘이 없고,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여러 문제에 대한 우려가 1~2년 전부터 부각됐지만 사실상 모두 묵살됐다. 전북 부안이 지역구인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폭염·폭우·비산먼지 대책, 해충 방역과 감염 대책을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김 장관은 “저희가 태풍, 폭염 대책도 다 세워 놓아서 보고드리겠다”고 답했지만 결국 행사 당일까지 마련한 폭염 대책은 덩굴터널과 수도시설 정도에 그쳤다.

지난해 7월엔 리허설 격인 ‘프레잼버리’가 개최를 2주 앞두고 취소됐다. 당시 조직위원회와 전북도는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들었으나 일각에선 ‘기반시설 미비’ 때문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는 사이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결국 청소년 대원들 입소와 동시에 문제점이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났다. 폭염 대책과 식사 등이 부실했고 위생시설도 열악했다. 조직위가 준비한 폭염 대비시설은 그늘막과 덩굴터널, 샤워장, 급수대 등 수분 공급시설 등이 전부였다. 여러 문제에도 조직위는 예산 탓을 하며 제대로 정비하지 않았다.

잼버리 집행을 맡은 전북도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북도는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예산 집행을 줄곧 요구했다고 밝혔으나 6년 준비기간을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는 평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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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