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실업급여 하한액 낮추거나 폐지 방안도 논의"

국민의힘과 정부는 12일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는 것이 일해서 버는 돈보다 더 많아지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며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이날 국회에서 개최한 '실업급여 제도개선을 위한 민당정 공청회'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실업급여 제도가 실직자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불공정'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실업급여를 타려고 퇴사와 재취업을 반복하는 일이 벌어지고, 사업주는 퇴사시켜달라는 직원을 달래느라 진땀을 뺀다고 한다"며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우대받고 재취업하려 노력하는 분들이 보호받는 공정한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개혁특위 위원장인 임이자 의원은 "지난해 최저임금 근로자 세후 월 근로소득은 179만9천800원으로, 최저 월 실업급여 184만7천40원보다 적어 출퇴근 비용과 식비 등 기타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업이 일하는 것보다 더 버는 형태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5년간 3번 이상 실업급여를 받는 반복 수급은 최근 5년간 24.4% 증가하고, 실업급여 수급자의 수급 기간 내 재취업률도 상당히 낮다"고 덧붙였다.

임 의원은 그러면서 "일하는 개미보다 베짱이를 더 챙겨주느냐며 비난하는 여론이 있다"며 "불공정한 실업급여 제도가 고용보험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내가 낸 보험료가 불공정하게 쓰인다면 누가 성실히 납부하고 싶겠느냐"고 비판했다.


박 의장은 공청회를 마친 뒤 가진 브리핑에서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포함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방향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한액 하향과 폐지 중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리느냐'는 질문에 "모든 것(을 보고 있다)"이라며 "의견을 좀더 수렴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구직자의 활발한 구직활동을 위한 동기 부여 방안, 부정수급 방지 목적의 행정조치 강화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면접 불참 등 허위·형식적 구직활동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사업주 공모나 브로커 개입형 부정수급에 대해서는 특별 점검과 기획 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업급여의 역기능을 줄이고 순기능을 늘릴 수 있도록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더라도 상한액을 올리거나 기간을 늘려 병행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고 전했다.

박 의장은 "참석자들은 '일하는 사람이 더 적게 받는' 기형적인 현행 실업급여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는 원칙에 뜻을 같이했다"며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의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또 "현행 실업급여 제도는 최저임금의 80%를 지급하는 높은 하한액 제도, 지나치게 관대한 실업급여 지급 요건으로 단기 취업과 실업급여 수급을 반복하는 왜곡된 단기계약 관행을 낳고 있다고 지적됐다"면서 "이로 인해 중소기업 구인난이 가중되고 있고,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취업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지난해 수급 기간 중 재취업률이 28%에 불과했다는 문제도 지적됐다"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이후 최저임금을 매년 대폭 인상하고 2019년에는 실업급여 보장성을 확대하면서 실업급여가 일하고 받는 세후 월급보다 더 많은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최근 실업급여 수급자와 지급액이 가파르게 증가했다"며 "실업급여가 실직자의 노동시장 복귀를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실업급여 계정의 연이은 적자로 인한 제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일하며 얻는 소득보다 실업 급여액이 더 높다는 건 성실히 일하는 다수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노동시장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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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