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한동훈·원희룡·윤희숙 자객공천”… 내년 총선 ‘전략적 허용’ 검토


“내년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는 끝이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9개월밖에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집권여당 국민의힘 내에서 이런 말이 나돈다. 당장 내일이 투표일이라면 원내 과반은커녕 제1당도 바라보기 힘들다. 대책의 핵심은 ‘공천혁신’이다. 인지도에 실력, 전투력까지 갖춘 인물들을 찾아내 ‘선수’로 등장시키는 일이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른다.

이와 관련, 여권에선 총선 승리에 도움만 된다면 정국 운영에 다소 부담이 되는 출신이나 성향의 인물이라도 적극 공천해야 한다는 ‘전략적 허용’이란 말이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윤희숙 전 의원 등이 전략적 허용 대상자들이다.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가 가장 끝자락에 있다.

◇당선 절벽 수도권

수도권은 당선 절벽 상태다. 121석(서울 49, 경기 59, 인천 13) 중 국민의힘 의석은 18석(서울 9, 경기 7, 인천 2)으로 점유율이 15%가량이다. 내년 총선에서는 좀 나아질까. 지금 상황에선 별반 바뀔 게 없다는 게 정치권의 평균적 관측이다.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121석 중 상대적 우위를 가진 곳이 20곳 남짓이다. 여권의 선거 전략가 A 씨는 “서울은 고전 상태, 경기도는 사실상 절멸 상태다. 이길 곳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고 털어놨다.

국민의힘은 22일부터 사고 당원협의회 위원장 공모를 시작했다. 대상 지역 36곳 중 수도권이 26곳(서울 9, 경기 14, 인천 3)이나 된다. 수도권을 경쟁력 있는 인사로 채울 수 있을지 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깊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나와 당협위원장 공석 사태에 대해 “당선되기 좋은 지역이라면 이미 붐벼서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겠나”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A 씨에 따르면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의 1차 목표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 40여 석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35∼140석가량 확보하는 것이다. 국회 전체 의석(300석) 단독 과반(150석 이상)은 꿈꾸기조차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제2당이 된다면 국민의힘은 캐스팅보트를 쥔 제3·4당과 선거 후 통치동맹을 맺어 범여권 과반 의석을 만드는 게 최선이라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물론 이조차도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총선까지 용기백배해 나아갈 동력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지지율 지표가 답답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나 여당 지지율 모두 30% 초·중반대에 머물러 있다. 김기현 당 대표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여론은 20%대다. ‘여당이 대체 뭘 갖고 선거를 치르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총선 전략

정작 가장 큰 문제는 승부처에서 선수로 뛸 인물의 절대 부족이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강남 지역을 제외하고는 선뜻 나설 인물이 거의 보이질 않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총선 도전이 예상되는 윤 대통령의 측근들조차 수도권을 버리고 지역(영남)으로, 서울 강북이 아닌 강남에 출마한다고 날뛰고 있다”(6월 13일 페이스북)고 썼다.

그래서 검토되는 게 ‘전략적 허용’이다. 말이 되는 사람은 일단 쓰고 보자는 것이다. 여권 핵심 인사 B 씨는 “총선에 나설 경우 ‘검사공천’ 논란에 휩싸일 게 확실한 한동훈 장관, 소신 언행으로 진보 진영에 의해 공공의 적으로 몰린 원희룡 장관, 올 초 전당대회 때 대통령실과 갈등을 겪었던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그리고 여야 가리지 않고 쓴소리하는 윤희숙 전 의원 등이 전략적 허용 대상자들”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도 “여당이 중도 안철수, 보수 나경원, 개혁 원희룡, 미래 한동훈, 여성 윤희숙의 상징성으로 총선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략적 허용’이 이뤄지면 다음 단계는 ‘자객 공천’과 ‘거점 확보’다. 이 둘은 긴밀히 결합돼 있다. 국민의힘은 서울 한수 이북의 당선 무풍지대, 경기 서남부와 서북부의 여당 절멸 지역에서 전략적 거점과 승리 공식을 찾아내는 데 진력하고 있다.

‘자객 공천’은 반드시 낙선시켜야 할 상대방 핵심 인물들과 대상 지역을 골라 선수를 내세우는 것이다. 대부분 친명(친이재명)·친문(친문재인) 출신 인사들 혹은 야권의 전략자산들이 포진한 지역이다. ‘거점 확보’는 몇 개의 지역구를 묶어 중심지역에 플레이어를 포진한 뒤 주변 지역으로 득표력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중심축과 바큇살이 하나로 연결된 ‘허브 앤드 스포크(hub and spoke)’와 같이 주요 포스트와 주변 지역을 유기적으로 엮어 영향력 확산을 꾀하는 전략이다.

◇누가 어디로 갈까

여당이 승리해야 할 험지로 꼽는 중심지역은 서울 한수 이북 접경지인 마포(지역구 2곳)·서대문(2)·중(2)·중랑(2)·광진(2), 경기 서북부의 고양(4)·김포(2)·남양주(3), 경기 서남부의 수원(5)·화성(3)·안양(3)·부천(4)·안산(4) 등이다.

‘전략적 허용→자객 공천→거점 확보’의 총선 전략을 충족시킬 인물로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한동훈 장관. 여당 C 의원은 “한 장관이 내각에 남아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도와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한가한 소리”라며 “총선에서 이길 궁리부터 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C 의원은 “민주당의 강성 정청래 의원을 낙선시킬 자객 공천과 한수 이북 중심 거점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카드로 한 장관의 마포을 출마가 적극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장관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있는 경기 고양갑에, 윤희숙 전 의원은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의 출마론이 나도는 중구·성동이나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버티는 광진을에 내세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안철수(경기 분당갑) 의원의 경우 당세가 약한 경기 남부 지역의 허브가 돼야 한다는 주장과 한수 이북에서 서울 승리의 바람을 일으키는 중심축이 돼야 한다는 요구가 교차한다. 나경원 전 의원과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에 대한 적재적소 활용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시대전환 대표인 조정훈 의원의 영입도 고려 중이다. 일찌감치 전략적 허용 대상으로 점찍어놓았던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의 경우 제3 지대 신당 창당 행보가 구체화하면서 보류됐다. 반윤(반윤석열) 수장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준석 전 당 대표의 경우 여권 핵심의 거부심리가 워낙 커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

◇승리의 비밀

선거 승리의 비밀은 외연 확장이다. 내년 총선 결과는 인지도·실력·전투력 3박자를 골고루 갖춘 선수의 등용 여부, 그리고 다양성의 공간을 채워줄 전략적 허용의 효과적 구사 여부에 달렸다. 그것이 윤석열 정부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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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