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곁 부동자세로 섰던 文 세력이…'바이든과 어깨동무' 尹 외교 질타?

12년만의 방일 양자회담, 12년만의 미국 국빈방문… 방문국 정상과 오피니언 리더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까지 여는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놓고 직전 문재인정권 관계 세력들이 일제히 맹폭에 나섰다. 북한 김정은 곁에서의 부동자세와 중국에서의 '혼밥 논란', 미국에서 홀대 등을 겪었던 '문재인 세력'이 과연 현 정부를 질타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북한 김정은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곁에 시립해있는 가운데,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있다.

문재인 세력에 몸담았던 청와대·내각 관계자들의 모임 '포럼 사의재'는 27일 이른바 4·27 판문점선언 5주년을 맞이해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평화의 봄을 부르다' 학술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독한 축사에서 "한반도 정세가 더욱 악화하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현실이 우려스럽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평화가 깨지고 군사적 충돌을 부추겨 국민 생명도, 안전도, 경제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과 북, 미국이 함께 대화 복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더 늦기 전에 남과 북, 국제사회가 함께 긴장 해소와 평화의 길로 나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이 평화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며 "윤석열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로 위험천만한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미국 국빈방문과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을 겨냥해 "북한이 핵공격을 했을 때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을 하겠다는데, 1994년 '서울 불바다' 발언을 들었을 때만큼이나 섬뜩하다"며 "허무하게 시계는 다시 되돌려지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미국이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해 우리에게 제공하는 '핵우산'과 관련해서도 "'확장억제'는 우리에게 평화를 선물하지 않는다"며 "전술핵이나 핵무장 주장은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치고 후손들의 미래를 옭아맬 뿐, 어떤 평화도 번영도 만들지 못한다"고 강변했다.


이처럼 현 정부의 외교·안보 행보를 맹폭한 이들은 반대로 자신들의 정권에서 있었던 일은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4·27 판문점선언을 가리켜 "기적같이 만들어낸 평화의 봄"이라며 "남북 두 정상이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만방에 알렸다"고 자평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정상에 못 갔으니 결국 등반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난은 그저 산에 오를 용기가 없는 자들의 비난"이라며 "정상을 밟지 못했지만 8부 능선을 넘어 정상의 모습을 봤다. 다시 산에 오르는 날, 지난 여정은 9부 능선을 거쳐 마침내 정상에 오르는 길잡이가 돼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체결한 4·27 판문점선언은 김정은이 평화의집 방명록에 서명을 하는 동안 문 전 대통령이 곁에 부동자세로 시립(侍立)해있어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나마도 이렇게 얻어낸 판문점선언은 선언의 상대방인 북한에서는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북한은 판문점선언 1주년인 지난 2019년에는 관영매체와 선전매체에서 선언을 일부 언급했으나, 2주년인 2020년을 전후해서는 관련 언급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선언 5주년을 맞이한 이날에도 문재인 세력은 한국거래소에서 학술회의를 여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으나, 정작 선언의 상대방인 북한에서는 조선중앙TV 등 모든 종류의 매체에서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김정은 곁에 부동자세로 서서 얻어낸 판문점선언이 그나마도 자기네 정권의 임기 도중에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렸다"며 "이런 전(前) 정권 세력이 '워싱턴선언'과 그 이후 자연스럽게 어깨동무까지 하며 어우러진 한미 정상의 모습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는 것인지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직전 문재인정권의 '외교 굴욕'은 비단 대북 관계가 전부가 아니다.

2017년 한중정상회담 때에는 공동성명 도출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리커창 총리와의 오찬 협의조차 결렬돼 문 전 대통령은 결국 방중 기간 중의 10끼 중 8끼를 '혼밥'해야만 했다.

중국 베이징대 특강에서는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라며 "중국이 법과 덕을 앞세우고 널리 포용하는 것은 중국을 대국답게 하는 기초"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기를 바란다"며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그 꿈에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중국을 치켜세우고 우리 스스로를 소국(小國)이라 비하한 베이징대 특강에 비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게이오대에서 가서 한 특강 중에 미학자 오카쿠라 덴신(岡倉天心)의 말을 한 자락 인용한 것 정도는 논란이라고 할 수조차 없다"며 "민주당은 곧 있을 윤 대통령의 하버드대 특강도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논란을 일으키려 할텐데, 먼저 문 전 대통령의 베이징대 특강부터 돌아봐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미 관계를 비교해봐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는데, 오찬을 겸한 37분간의 정상회담을 하는데 그쳤다. 정상회담에 별도의 환영 만찬까지 가진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방미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만찬이 오찬보다 격이 높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라며 "일례로 '크랩 케이크'는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오찬 메인 메뉴였지만, 이번 윤석열 대통령 환영 만찬 때는 전채 메뉴였으며 메인 메뉴는 우리 측을 배려한 소갈비찜이 따로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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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