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회의 할수록 달라졌다"…'비윤' 오세훈의 최근 행보


#.1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이해도가 남다르다.”
요즘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인과 만나는 자리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서울특별시장으로서 지방단체장 중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석해 윤 대통령과 주기적으로 만나는 그는 특히 윤 대통령의 빠른 학습력에 감탄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사석에서 곧잘 “짧은 국정 운영에도 윤 대통령이 정책 전반을 완전히 체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2 “오 시장과 호흡을 맞춘 부시장을 영입했다.”
지난 8일 친윤계가 미는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후보 캠프가 낸 공지다. 지난해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임명돼 오 시장을 보좌했던 송주범 전 부시장을 캠프의 서울시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는 내용이다. 송 전 부시장은 오 시장이 초선 서울시장(2006~2010년)일 때 시의원을 지냈고, 송 전 부시장이 2020년 총선에서 서울 서대문을에 출마하자 오 시장이 직접 후원회장을 맡았던 측근이다.

#.3 “나경원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말렸다.”
지난달 30일 오 시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만류한 사실을 밝혔다.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 문제로 대통령실과 갈등을 겪던 지난달 16일 오 시장과 독대 만찬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이 “이번에 좀 쉬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오 시장은 나 전 의원에게 “현명하게 잘했다”고 말했다.


잠재적 대권 주자인 오 시장의 최근 행보다. 다른 대권 주자인 홍준표 대구시장처럼 드러내놓고 윤 대통령 편을 드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오 시장이 윤 대통령과 주파수를 맞추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른정당 출신이자 이준석 전 대표와도 가까워 비교적 비윤 이미지가 있는 오 시장의 변화는 여러 측면의 해석을 불러일으킨다.

오 시장 측근 그룹에선 우선 “윤 대통령과 거듭 회의를 같이하면서, 오 시장의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 시장 본인이 4선 시장을 하며 느낀 점과 윤 대통령의 회의 발언에서 여러 공통점을 느꼈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에 디지털 수석 자리를 신설하는 등 오 시장이 심혈을 쏟는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공감대가 특히 높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말미에 늘 과학기술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오 시장은 “윤 대통령이 AI(인공지능)와 블록체인 등 과학 기술을 자유롭게 말하면서도 일관된 철학이 관통한다는 인식을 받았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오 시장은 과거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맡았고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한 저서 『미래』를 발간하는 등 과학 기술 분야에 오래 관심을 가져왔다.


대통령실이 국정 중간 평가로 바라보는 차기 총선에서 압승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 절대다수의 수도권 의석이 더불어민주당에 있는 상황에서 차기 총선 승리는 곧 수도권 승리를 의미한다”며 “수도권 승리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서울시장이다. 오 시장이 굳이 대통령실과 엇박자를 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장으로서 당장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 보전금 등 중앙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변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당내에선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현실적인 행보”라는 반응도 나온다. 오 시장이 전국적 인지도에 비해 당내 세력이 적다는 점도 주류인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는 이유로 거론된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정치학)는 “대통령실에선 수도권 상징성이 큰 오 시장의 조력이 필요한 상황이고, 오 시장도 이참에 비윤 이미지를 떨쳐내 당내 입지를 다지려 할 것”이라며 “오 시장이 대통령과 보폭을 맞춰가는 행보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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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