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대란→소비자 피해’ 악순환 끊었나…10년 만에 사라지는 공정위 할부거래과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 산하 할부거래과가 설치된 지 10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10년 전 할부거래과가 만들어지기 전처럼 같은 국 특수거래과의 일부 업무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상조업체 시장의 난립과 정화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자체 정부조직 진단을 통해 할부거래과를 특수거래과로 통폐합했다. 이는 정부가 부처별로 인력 증가 등에 따른 국가재정 부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실시한 조처로, 쇠퇴 기능이나 유사·중복 업무에서 감축 인력을 발굴해 핵심 업무에 재배치하는 인력 효율화 작업의 일환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할부거래과를 폐지하는 대신 최근 업무 수요가 증가하는 국제기업결합 업무를 담당할 신설 과를 만들 수 있었다”며 “과장 포함 7명의 할부거래과 인력은 현재 통합된 특수거래과로 온전히 옮겨 갔으며, 조만간 있을 정기 인사를 통해 관련 인력을 일부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할부거래과 조직의 역사는 상조업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82년 영남 지방에서 처음 시작된 상조업은 공중파·케이블 방송 광고를 허용하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 규모를 무섭게 불리기 시작했다. 당시 자본금 5000만원만 있으면 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등 창업 조건이 느슨했던 탓에 상조업체 수는 2010년 400여개에 이르렀다. 그 탓에 영세 업체의 횡령·배임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급히 돈을 빌려 상조회사를 차린 뒤 무작정 회원과 선수금을 끌어모으고 ‘먹튀’하는 일도 잦았다.

상조업체 규모가 절정에 달했던 2010년 들어 당시 정부가 할부거래법을 개정해 자본금 기준을 3억원으로 늘리고, 모집 회비의 50%를 은행에 의무 예치하도록 하는 등의 보호 장치를 마련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상조업체들의 부실 문제와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 확산 여론이 높아지자, 공정위는 2013년 상조업체들의 부당거래, 방문 판매, 할부 판매 등을 전담하는 할부거래과를 신설했다.

공정위 할부거래과는 매년 3·9월 두 차례 상조회사 시장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등록 및 폐업 여부, 재무 건전성 등을 공시하도록 하는 등의 업무를 해왔다. 그리고 2016년 업계 및 국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할부거래법을 개정해, 상조회사의 설립 자본금을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다시 크게 올리는 작업도 단행했다. 3년 유예 기간 끝에 2019년부터는 해당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조업체는 시장 신규 진입이 불가능함은 물론, 기존 등록업체도 말소 수순을 밟았다.

덕분에 상조업계의 구조조정과 정화는 자연스레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정위가 발표한 상조업체(선불식 할부거래업체) 주요 정보 공개에 따르면, 2014년 당시 250여곳에 달했던 상조업 등록업체 수는 가장 최근 실시한 지난해 9월 기준 74곳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4~9월 할부거래법 위반으로 ‘경고’ 이상 조치를 받은 법 위반 건수는 고발 1건, 과태료 2건 등 5건이었다.

제도권 진입 후 시장의 정화가 이뤄지면서 전담 관리할 업체 수나 분쟁 사건이 축소된 데 따라 할부거래과의 폐지 결정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역사적 소임을 다한 셈이다.


어느 정도 우량한 소규모 업체들만 남은 상조시장이라지만, 반대로 선수금이나 가입자 규모는 증가를 거듭하고 있어 전담과 폐지에 따른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상조업체 가입자 수는 상반기 대비 28만명 늘어난 757만명, 선수금 규모는 4213억원 증가한 7조8974억원으로 집계됐다. 선수금의 51.8%인 4조892억원은 은행 등 관련 기관을 통해 보전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업체의 등록취소나 폐업 상조회사를 필두로 한 2차 피해 문제도 대두해, 공정위가 불과 지난달 29일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만기까지 돈을 완납한 뒤 개인 사정으로 해약하기 위해 연락했으나 이미 폐업해 연락이 닿지 않아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의 사례다. 전자제품·안마의자 등 가전제품을 결합해 판매하는 신종 상조상품으로 인한 또 다른 유형의 피해 사례도 있다.

공정위는 직제상 할부거래과란 이름이 사라진 것일 뿐, 그 기능은 동일하게 특수거래과에서 여전히 작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초 추진하던 업무가 축소되는 것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업계에도 충분히 사전 안내를 해둔 상태”라며 “오히려 특수거래과 통폐합으로, 상조 분야뿐만 아니라 다단계 등 특수 거래 계약 측면에서 유사성이 많은 업무를 한 과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 피해 예방 등에 있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오는 2월부터는 할부거래법을 적용받는 업종도 새로 추가될 것이어서, 관련 직원들은 해당 업무에 더욱 주안점을 둘 방침이다. ‘적립식 여행 크루즈 상품’ 등을 판매하는 여행업, 돌잔치·회갑 등 가정의례상품업 등이 앞으로 선불식 할부 계약에 따른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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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