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정치인 뒷배로 기업인 행세…경제질서 흔드는 조폭 근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3년 계묘년 새해 일성으로 "범죄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이 야권 정치인과 조직폭력배의 연루 의혹이 있는 기업형 범죄 수사에 드라이브를 건 가운데 "정치인 뒷배로 기업인 행세를 하는 조폭을 엄단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내 눈길을 끈다.

한 장관은 이민청 설립 의지를 분명히 했고 이른바 '제시카법' 도입 등 성범죄 대응 보완책, 민법·상법 개정 등 법무행정 개선·개혁 의지도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조합 강경대응 방침에는 적극 보조를 맞출 예정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서 법안 관련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한 장관은 31일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5월 '정의와 상식의 법치' 그리고 '국민께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법무행정'이라는 목표를 향한 출발을 함께 했다"며 "7개월 남짓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여러분의 용기와 헌신 덕분에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고 법무부 직원들을 치하했다.

한 장관은 취임 후 성과로 △스토킹처벌법 개정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한 등 소년범죄 종합대책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청구 △금융·증권범죄, 보이스피싱범죄,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 설치 △교정공무원 처우 개선 △인혁당 국가배상금 환수, 제주 4·3사건 재심 관련 전향조치 △'만 나이' 통일 등을 꼽았다.

과제도 되짚었다. 한 장관은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한 폭력행사, 불법 집단행동 등이 반복되는데도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며 "마약·보이스피싱·스토킹 등 국민 일상을 위협하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장관은 이같은 문제인식 하에 "범죄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가자"며 새해 다수의 법무행정 추가 개선·개혁 방침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고위험 성범죄의 주거지를 제한하는 미국의 '제시카법' 수정도입 및 법정형 하한 상향 △소아성기호증 성범죄자 사후 치료감호 확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 및 다크웹 전담수사팀 신설 △전세사기·보이스피싱·스토킹·디지털성범죄 등 엄단 및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확대 등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 장관은 특히 "주가조작, 무자본 M&A 등에 개입해 경제질서를 어지럽히고,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조직폭력범죄는 반드시 뿌리 뽑자"며 "우리나라가 조직폭력배들이 백주 대낮에 활보하고, 정치인 뒷배로 기업인 행세를 하면서 국민을 괴롭히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검찰은 알펜시아 리조트 인수 과정에서 KH그룹이 무자본 M&A(인수합병)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KH그룹이 쌍방울그룹과 밀접하게 자금을 주고받은 정황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두 그룹 전현직 회장들은 사채업자와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무자본 M&A로 기업을 키웠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성 여부도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법조계에서는 한 장관이 쌍방울·KH그룹 관련 수사를 우회 독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장관은 이민청 설립 등 정책적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동시에, 노동조합의 불법파업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한 장관은 "미래에 다가올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우리의 출입국·이민 관리체계를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며 "출입국·이민정책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를 만들어 국가백년대계로서의 출입국·이민정책을 제대로 연구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이민청 설립 준비조직인 '출입국·이민관리체계 개선추진단'을 출범하고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지난해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청 신설이 우선 추진되며 정부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렸던 이민청 설립은 2023년 한 장관 체제에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장관은 또 화물연대 파업을 계기로 노동조합의 불법파업 엄단을 지시한 윤석열 대통령에 발맞춰 향후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그는 "국가경제와 국민 불편을 볼모로 한 불법 집단행동, 산업현장에 만연한 채용강요, 금품갈취, 공사방해 등 이익집단의 조직적 불법행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불법적 수단으로 정당한 법집행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민법·상법 개정 △국제법무 역량 제고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교도소·구치소·소년원 이전 및 수용시설 개선 필요성 등도 강조했다.

한 장관은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해내보자.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분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정당한 소신을 가지고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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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