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쇼핑’에 칼 빼든 정부…본인부담률 90% 매긴다


정부가 국민건강보험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병의원을 365회 이상 방문한 사람은 2500여명에 달한다. 정부는 이를 의료기관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의료쇼핑’으로 보고 이용량에 따라 본인부담률에 차등을 둬 최대 90%까지 적용할 수 있는 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 및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그동안 준비한 대책을 현장과 학계 전문가, 국민에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복지부는 지난 8월 건강보험 재정개혁추진단을 발족,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준비해왔다. 감사원은 지난 7월 ‘문재인 케어’ 감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건강보험 급여 항목 확대 이후 적정 규모 대비 과다 보상, 지출 관리 미흡, 과잉진료 유발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건강보험 지출 규모는 지난 2010년 34조원에서 2020년 73.7조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최근 5년간 건강보험료 증가율은 2.7%로 이전 5년의 1.1%보다 2.5배 늘어나는 등 국민 보험료 부담이 커졌다. 또 인구고령화로 인한 노인 진료비 증가와 더불어 재정지출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복지부는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누적 준비금 20.2조원(급여비 3.2개월분)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중”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국민이 적정하게 이용 중인 건강보험 혜택은 유지하되,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정 효율화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절감된 재정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와 국민 부담이 큰 재난적 의료비 지원 등에 투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방향은 크게 4가지다. △급여기준과 항목 재점검 △건강보험 자격제도, 기준 정비 △합리적인 의료 이용 유도 방안 마련 △재정 누수에 대한 점검과 비급여 관리 강화다.

아울러 외국인 피부양자나 장기 해외 체류 중인 국외 영주권자가 입국 직후 고액 진료를 받는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차단하기 위해 건보 적용에 6개월의 필수 체류조건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른바 '의료쇼핑' 등 도덕적 해이 및 의료 남용을 차단하기 위해 외래의료 이용량에 따른 본인부담률 차등제를 도입해 1년에 365회를 초과해 진료를 받는 경우 현재 평균 20%인 본인부담률을 90%로 상향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암 등 중증·희귀질환자가 중증질환이나 합병증 진료를 받을 때 낮은 본인부담률을 적용하는 '산정특례' 제도와 관련해 관련성 낮은 질환은 제외하기로 했다.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과 건보 재정 부담을 가져오는 과잉 의료행위를 적극 차단하기 위해 점검도 한다.

과감한 지출 효율화를 꾀해 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화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이날 발표가 보장성을 후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날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 정책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한국의 의료 보장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인데 '재정 건전화'를 빌미로 보장성을 축소시키려는 퇴행을 시도한다"며 "MRI, 초음파 급여 재검토는 부족한 '문재인케어'조차 되돌리려는 보장성 후퇴"라고 강조했다.

이런 우려에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제한적 급여화'는 의료적 필요도가 충분하게 입증된 경우에 급여화를 시킬 수 있다는 취지"라며 "찍어야 될 합리적인 의료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고도 찍었던 사례들이 왕왕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케어'를 뒤집는다 또는 보장성 강화의 후퇴나 속도 조절의 취지는 아니다"라며 "국민에게 적정한 의료서비스는 합리적으로 늘려나간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복지부는 내년에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을 수립하면서 △지불제도의 다변화 △효율적 재원 조달 △재정관리의 투명성 향상 등 건강보험 재정구조 개편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양적 기반'에서 '가치 기반' 지불제도로 전환하기 위해, 행위별 수가제도 외 새로운 대안적 지불제도의 도입을 추진한다.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해, 다변화를 꾀한다.

적정 건강보험료 상환율, 적정 국고지원 비율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에도 나설 계획이다. 지출에 대한 합리적 통제 기전을 고민하며 국회 보고·의견수렴 절차를 강화하고 건보 재정 주요사항 정보 공시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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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