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이어 남욱 폭로전 동참… ‘대장동·대선자금 의혹’ 전모 밝혀질까

檢, 경기도청 인근 등 돈 건넨 장소 특정
유 “텔레그램 이재명 대표방은 없어”
남욱 “대장동 李 지분 있다고 들었다”
檢, 김용 구속 연장해 보강수사
柳 “죄를 지었으면 흔적 남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 사건의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8일 김 부원장에게 “돈이 든 상자를 전달했다”고 시인하며 “(그 돈은) 경선자금으로 알고 있다”고 폭로했다. 남욱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에 이 대표 지분도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폭로전에 가세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사건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남 변호사 측근 이모씨가 중간에 돈을 전달하며 기록한 일시, 장소 등 내역이 사실이라며 “내가 (김 부원장에게 돈을)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돈 전달에 쓰였다는 가방, 종이 상자 등 물증을 확보했다는 것과 관련해선 “예를 들어 어떤 봉투에 1000만원이 들어간다고 하면, 사이즈(크기)와 모든 것이 검증돼야 하지 않느냐. 그런 걸 검증하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김 부원장에게 돈을 건넨 장소로 경기도청 인근 길가, 유 전 본부장이 정민용 변호사와 설립한 유원홀딩스 사무실 등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은 김 부원장,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이 참여했다는 메신저 텔레그램 ‘정무방’과 관련해 ‘이 대표가 들어가 있는 방도 있었느냐’는 질문엔 “없었다”고 답했다.


▲남욱 변호사

남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서 직접 정영학 회계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면서 “2015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셋이서 만났을 때 김씨가 내게 ‘25%만 받고 빠져라, 나도 12.5%밖에 지분이 안 되고 나머지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다’라고 얘기해서 내가 반발하다 25% 수용한 것 기억이 나느냐”고 추궁했다. 그러나 정 회계사는 “주주 명부에 그런 기록이 없고 그 말 자체도 기억에 없다”고 부인했다.

남 변호사는 또 “2014년 김씨와 셋이서 만났을 땐 김씨가 나보고 ‘빠져라’, ‘이재명이 네가 있으면 사업권 주지 않겠다고 한다’라고 얘기한 사실이 있는데 옆에서 듣지 않았느냐”고 캐물었다. 정 회계사는 이 역시 “듣지 못했다”고 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남욱 변호사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대장동 개발 비리’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의 전모가 밝혀질지 관심이 쏠린다.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처음으로 대장동 사업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분에 대해 거론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의 구속 기간을 연장해 보강 수사에 나섰다.

남 변호사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사건 재판에서 정영학 회계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직접 진행했다.

그는 “(정 회계사가) 직접 작성한 지분 표에 천화동인 2∼7호와 화천대유는 소유자와 지분 비율이 적혀 있었는데, 천화동인 1호는 아무 기재가 없지 않았냐”며 그 이유를 따져 물었다. 이에 정 회계사는 “천화동인 1호는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가 갖고 있어서 기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기억 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민간사업자 중 가장 많은 1208억원을 배당받았다.


남 변호사의 변호인은 정 회계사 녹취록에 담긴 발언의 의미를 물었다. 정 회계사는 녹취록에서 “이재명 시장이 ‘그거’ 하니까 다들 도망가는 것”이라며 “김만배씨가 남 변호사에게 던지고 도망가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회계사는 “김씨가 직접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주는 것은 겁이 나니까, 남 변호사를 통해 돈을 주고 본인은 빠진다는 의미로 생각했다”며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 나온다고 하니까 다들 몸을 사린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재판장이 자세한 의미를 묻자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이나 이런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자택 앞에서 대장동 수익에 이 대표 지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죄를 지었으면 흔적이 남는다. 다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김 부원장의 구속 기간은 다음 달 7일까지 연장됐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벌인 뒤 그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지난 25일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를 대질 조사하는 등 관련자들 수사도 진행 중이다.
대북사업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쌍방울그룹에서 불법 자금 3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은 “이 사건은 이 대표와 관련 없다”면서 이 대표를 엄호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이날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이 끝나고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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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