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영·미 오가며 릴레이 정상외교…새 정부 첫 한일정상회담

내주 순방서 英여왕 장례식·유엔총회 계기 정상외교 가속
2년9개월만 한일회담, 전환점 마련 주목…美와는 전기차 차별 논의 관심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8∼24일 영국·캐나다·미국 순방을 계기로 미국·일본 등 주요국과 릴레이 정상외교에 나선다.

특히 새 정부 첫 한일정상회담도 개최될 전망이어서 수교 이후 가장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는 양국 관계의 전환점이 마련될지 관심을 끈다.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 참석했을 당시 한일 정상

대통령실은 15일 윤 대통령 순방 관련 브리핑에서 미국, 일본과 오는 20∼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계기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으며 구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한일정상회담이 열리면 지난 5월 취임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첫 단독회담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양국 정상회담은 지난 2019년 12월 중국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열린 이후 2년 9개월만이다.

회담이 성사 단계에 이른 것은 최대 난제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양국의 외교적 협의가 가속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앞서 6월 말 스페인 마드리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처음 대면하고 한미일 3국 정상회담, A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담 등을 함께했다. 그러나 별도의 양자 회담은 하지 못했다.

당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던 일본이 국내 정치적 부담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4차례 민관협의회 개최를 통해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의 국내적 노력이 궤도에 올랐고 박진 외교부 장관의 7월 방일을 비롯한 외교장관 간 회담 등 외교당국 간 소통도 잇따라 진행됐다.

정상회담 성사 배경엔 양국 모두의 관계개선 의지가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일본은 과거에는 자국 강제징용 가해 기업의 자산 현금화를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가졌다면 최근에는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한국과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강제징용 등 현안은 한국이 자체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고 일본과도 내밀하게 의견 주고받고 있기에 정상이 '이 문제는 어떻게 되느냐'고 (서로) 체크할 필요도 없는 상태에서 만나게 됐다"고 강조했다.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도 이날 제주포럼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양국 본부(한국 외교부·일본 외무성)가 성실하게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배상 해법이 어느 정도 가시화하면서 이번 회담이 성사된 것인지, 또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해법이 가시화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의 핵심 쟁점인 일본 피고 기업의 기금 참여나 사과 문제에 대해 일본이 전향적 태도를 보인다는 기미가 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양국은 정상회담 일정 발표에 대한 브리핑 사이에서도 온도차를 보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양국이 정상간 만남에 "흔쾌히"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기시다) 총리 뉴욕 방문의 구체적인 일정은 현시점에서는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며 명확한 확인을 거부했다.

개최 자체에는 의견 접근을 이뤘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통상 정상회담 개최는 확정되면 양국이 동시 발표하는 것이 외교 관례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지난 13일 보도에서 기시다 총리가 유엔총회를 계기로 윤 대통령과 회담할지는 "징용공(강제노역 피해자) 소송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끝까지 지켜본 후 판단한다"고 전한 바 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도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현재 조율 중이나 결정된 바 없다"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큰 틀에서 양국관계를 논의하는 정상회담의 특성상 세부적인 현안 쟁점까지 다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빡빡한 유엔총회 일정 사이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양 정상이 대좌하는 시간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통역 시간을 제외하면 15분 정도에 그칠 수 있다.

최근 지지율이 급락한 기시다 총리가 한일관계에서 보다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양 정상이 마주 앉는 것만으로도 관계 개선의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도 별도 회담을 열 예정이다. 한미정상회담도 한일과 마찬가지로 약 30분 남짓한 시간이 배정됐다.

한미간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한국산 전기차 차별'을 해결할 돌파구가 마련될지 관심이다.

한미 정상은 바이든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주재하는 리셉션에서도 조우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오는 29일 방한하는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미·일 외에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과 찰스 3세 신임 국왕 주재 리셉션, 유엔총회와 바이든 대통령 주재 리셉션 등을 통해 각국 정상과 다각도로 연쇄 접촉할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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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