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號 17일만 좌초..이준석 손 들어준 법원에 대혼돈 빠진與

벌집 쑤신 여권..강력 반발 속 즉각 이의신청·주말 긴급의총
"비상상황 판단은 정당몫" 朱, 尹 대통령과 대구행 동행..윤심과 교감 주목
하태경 "黨폭주 제동" 뒤숭숭..윤핵관도, 李도 당사자는 '일단 침묵'

대선에 승리하고도 내홍으로 몸살을 앓아온 집권여당이 새 출발을 다짐하며 띄웠던 주호영호(號)가 출범 한달도 채우지 못한채 좌초 위기에 놓였다.

법원이 26일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 대한 이준석 전 대표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다. "정당민주주의"까지 거론한 법원은 사실상 비대위 체제 무효를 주장하는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지난 9일 당 전국위가 주 위원장 인선을 의결한 지 17일만, 지난 16일 상임전국위를 통해 비대위 구성까지 완료한지 10일만이다. 일순 리더십 진공 상태에 내몰리게 된 셈이다.

특히 이번 비대위 체제 전환에 당내 친윤계(친윤석열계)가 주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법원 결정에 따른 충격과 파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당내 화합 및 단합은 물론이고 차기 당권 구도를 비롯한 여권 내 권력지형 전반에 상당한 불안 요소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당장 국민의힘 지도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대응 모색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2시께 박형수 원내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상임전국위원회의 정당한 유권해석을 법원이 임의로 뒤집은 것은 정당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비상식적인 결정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른 시일 내에 법률적 검토를 거쳐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결정 이후 약 두시간 만에 나온 첫 공식 입장이었다.

곧이어 직접 이해당사자인 주 위원장도 2시 30분께 낸 서면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결정에 대해 "정당 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매우 당혹스럽다"고 밝힌 뒤 "당의 비상상황에 대한 판단은 정당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 당내 의견을 수렴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판사 출신으로, 대구가 지역구인 주 위원장이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순간 마침 대구 일정을 소화하던 윤 대통령과 함께 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면서 주 위원장과 윤 대통령간 의견 교환 내용도 관심을 모은다.

이른 오전 충남 천안의 연찬회 행사장을 떠난 주 위원장은 이후 윤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 동행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주 위원장은 오전 10시부터 점심시간을 넘겨서까지 윤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혁신전략회의와 시장 방문 일정 등에 함께 했다. 법원 결정에 대해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주 위원장의 반응을 놓고 윤 대통령과 교감이 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또한 윤 대통령과 주 위원장은 향후 대응을 놓고도 자연스레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유상범 법률지원단장 등 당내 율사 출신 의원들은 서울로 복귀한 이날 즉시 모여서 대책 숙의에 들어갔다.

유 단장은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처분은 비대위원장 직무집행만 정지한 것"이라며 "비상 상황이라는 것이 법원 본안 판결에 의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현 비대위 체제가) 유효하다"는 해석을 내놓으며 이같은 기조에 보조를 맞췄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그룹의 맏형 격인 권성동 원내대표도 토요일인 27일 긴급의원총회를 소집하는 등 후속 대응에 나섰다. 의원들이 지역구 활동에 시간을 할애하는 주말, 여의도 국회로 '총동원령'을 내린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전체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긴급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지역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의총에 반드시 전원 참석해주길 바란다"고 공지했다.

당장 주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다고 하면 다시 권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에 현재로선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의총에서 이와 관련한 의견 교환도 이뤄지리라는 전망이다.


지도부의 이같은 '맞대응' 기조와 무관하게 당내는 벌집을 쑤신 듯한 분위기가 됐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분류되는 당안팎의 인사들은 즉각적으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3선의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 상황에 대해 "법원이 우리당의 폭주에 제동을 걸었다" "당의 잘못이 심판받은 것"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 의원은 "정치적 해법을 거부한 당 지도부는 이 파국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면서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탄생한 정권에서 그 여당이 공정과 상식을 철저히 말살하는 짓을 저지른 것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언급, 윤 대통령을 향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법원의 사실상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해 "권력의 부당한 행보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다.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의 판단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며 "앞으로 당과 국민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소명과 책임이 무엇인지 숙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과 별개로 이 전 대표 지지자들과 함께 유사한 내용의 가처분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던 신인규 전 상근부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정당민주주의는 이로써 우리 곁에 숨 쉬는 살아있는 가치가 됐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들처럼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분류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삼삼오오 단체대화방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거나, 주변 법조인을 상대로 해석을 자문하며 여론 추이를 주시하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큰일이다"라며 "판결문을 좀 더 보고 이야기 해야겠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며 법원의 결정에 혼란스러움을 내비쳤다.


특히 당내 친윤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말을 아끼며 상황을 주시했다. 워낙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대해 윤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고 입장을 정리하는 데 좀 더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길어지는 침묵 속에 당 안팎에서는 이른바 친윤계의 대응 시나리오라는 지라시도 나돌았다. 윤리위를 통해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및 제명 절차를 밟거나, 경찰 수사에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가 나오도록 하는 방안,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을 설득해 최고위 총사퇴를 통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안 등 총 3안의 선택지가 있다는 내용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당 관계자는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현 단계에서 확정된 당의 대응 방침은 이번 법원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 역시도 당장은 언론 접촉 등을 피하며 몸을 낮추고 동향을 살피는 모습이다.

이날 그는 당초 예정돼 있던 방송출연 일정을 취소하고 잠행에 들어갔다. 휴대전화도 전원을 끈 상태로, 주말 열리는 의총 결과 등을 지켜본 뒤 대응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출범 이후 중단됐던 지방순회 등 현장 일정을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비상상황 자체가 무효인 만큼 당대표 자동해임도 취소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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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